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기 Nov 08. 2024

먼 훗날

- 비타민 D가 필요하다

먼 훗날


- 김용기



먼 훗날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앵두 몇 번 따 먹었고

뒤틀린 나무를 닮은

사춘기 기억이 또렷

그 사이 몇 번 뜨고 내렸는지

비행기 날개는 세지 않았다


먼 훗날이 되었을 때

보이는 친구보다

뵈지 않는 얼굴은 더 많았다

그 해에도 애들은 앵두를 땄다

10점 맞은 성적표를 들고 태연한

손자가 귀여운 나이

그런 일상은 일부 슬펐다


먼 훗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엎드렸다가

글을 만들었다가

소퍼를 가로질러 누웠다가,

눈치 볼 것 없는 집에는

외로움이 들어찼고

마파람 세는 일을 그만뒀다


가늠 안 되는 장군은 젊었고

남의 대통령은 애송이가 많았다

짧은 30센티 자쯤 되거나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거나

그런 먼 훗날에 대하여

지나간 폐시미즘의 가을은

흰 머리카락 한 올에 불과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