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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by 김용기

줄탁동시


-김용기



가믐에

땅 깊은 곳까지 내려가

차가운 물 한 방울 빨아 마시고

살아남았으니 기특

이른 봄 가지마다 눈이 났고

자목련이 꽃눈 틔우려 제 몸 비트는 오후

거기 자청한 바람이 도착했다

머리부터 내미는 보라색 꽃눈

여인의 속옷처럼 부끄러움을 탔다

곧 다 보여 줄 태세

담을 넘어 내려올 줄 모르는 내 눈이

외려 부끄러움은 더 많았다

바람은 산파처럼 흔들렸고

힘주라는 외침은 가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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