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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 김용기



힘이 빠지자

늙은 그 틈을 파고들어 절절매는

왕이 된 내 몸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세끼 밥상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걸 잊지 않는 나이

밥상은 왕이다


수염을 흔들고

코 눈 입 귀

작은 손가락이 마구 후벼도 꼼짝 못 하는

손자의 부하가 되었는데

어린 왕이 방금 잠이 들었다


인생 2막 시작의 의미를 알면서

꺾이지 않고

구부러지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전쟁처럼

장기집권하는 고집은 내 안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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