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어 스터디 모임에서 Table topic 질문에서 “당신에게 여름이란?” 질문을 받았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여름의 날씨와 액티비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렸기 때문에 같은 답변을 하기는 싫었다. 늘 그렇듯 그런 궁지의 상황에서 재미난 생각들이 잘 떠오른다.
나는 내가 중학교 사춘기 때로 기억되는 여름이 있다. 한여름 장마 기간이었고 소나기가 미친 듯이 퍼부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는 길에 여중 앞에 여중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중 한 소녀가 너무 천진난만하게 삼디다스에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모습이 뇌리에 꽂혔다. 그렇게 스치듯 보게 된 소녀가 마음에 남아 비세례에 감기에 걸려 잠시 열병에 뜨거워진 몸이 낫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 뒤로 한여름에 더위를 달래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마주할 때면 그 소녀가 가끔씩 생각이 난다.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붓는 물세례를 맞으며 퇴근을 하는데 문득 그 시절이 생각이 났다. 이제는 그 소녀의 얼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때 느꼈던 순진하고 청명했던 나의 소년 시절의 모습을 떠올렸다. 약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여름은 어떤가? 같은 여름의 날씨도 아니고 같은 나이의 여름도 아니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환경이 애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덥고 습한 고달픔도 있지만 가끔씩 이렇게 시원하게 퍼붓는 비가 잠깐이라도 어린 소년의 나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시켜준다. 그래서 난 여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