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아빠 얼마나 더 가야 해?“

by 고카

‘모악산’은 이름만 들어도 쉽지 않은 산이었다. 793m에 달하는 높은 산임에도 ‘악‘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오르는 산행길이 쉽지 않았다. 가파른 오르막구간이 성인이 오르기에도 엄청 힘든 산이었는데 그런 구간을 오르고 올라 중턱에 다다라서야 징징대며 울어대는 동생을 달래는 아빠를 도와 “조금만 더 가면되”라며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거짓말이라고 하기 모호한 그 거리의 기준. 조금만 더라고 했던 그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 짧지 않음에도 힘든 구간은 이미 다 지나왔기 때문에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충분히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안도감을 갖을 수 있는 거리의 위치였다. 어른이 되어 그 날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 산을 오르던 아빠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아빠의 나이가 되어 똑같이 그 또래의 자식들을 데리고 오르며 ’조금만, 조금만‘ 이라며 거짓말을 하며 아이를 으르고 달래는 나 자신을 보며 씁쓸 하면서도 마음이 포근해 지는 미소를 자아내게 된다.


오늘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을 가려고 했다. 첫째는 이제 아빠보다 친구가 우선 순위에 오르고 있고 둘째는 여전히 단순하게 보상이 주어지면 선뜻 따라나설 나이라서 둘째만 데리고 용마산-아차산 연계해서 산행을 했다. 역시 예상대로 용마산 들머리에서 부터 칭얼대던 녀셕은 내가 건낸 제안에 흔쾌히 산행을 나서 주었고 그렇게 Roblox 휴대폰 게임 덕분에 중턱까지는 무탈하게 올라 주었다. 중턱부터 올라오는 힘듦과 더위로 인해 또다른 보상을 제안을 했고 우리는 그렇게 트럼프와 시진핑의 치열한 협상처럼 극적으로 타결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산을 오르고 산정상에서 또다른 정상으로 그리고 하산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서로의 계약사항을 점검하며 집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내 아버지도 나에게 그 당시 무언가로 딜을 했었을까? 아무래도 그때는 주말에 아빠가 우리와 함께 놀아주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 이었다. 그 나이 이후로는 아빠가 무섭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했지만 어린시절의 아빠는 정말 다정하고 모든것을 다해주는 존재였던걸로 기억이 든다. 나이를 먹고 나는 나도 지금은 다정 다감한 존재이지만 곧 말안통하고 답답한 아빠가 되어가는 길목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다고 서글프거나 속상하진 않다. 나도 아빠가 그 당시에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이해가 되니 언젠가 나의 마음을 내 자식들도 이해하고 알아 줄 날이 오겠지라며 위안을 삼는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오래 갈지 알지 못한다. 아빠의 삶도 나의 삶도. 이미 우리는 거의 다와가는 삶의 중턱이상을 넘어 정상에 다다르고 있다. 다만 그 길에 함께하고 있는 나의 자식이 있다. 다왔다고 했지만 아직 그 길이 남았기에 다음번에 터져나오는 아이의 “얼마나 더 가야해?“하는 질문에는 내 자식의 자식도 함께 하지 않을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 78. 사춘기 소녀와 아줌마의 싸움의 진짜 피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