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좋다 폼내다 볼품없어졌다.
운동에서 폼은 아주 중요하다. 골프에서 아무리 스코어가 좋아도 폼이 이상하면 멋지게 보지 않는다. 달리기도 폼이 이상하면 부상이 온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그 종목의 동작을 취했을 때 이 사람이 잘하는 사람인지 못하는 사람인지 분간이 될 척도가 된다. 지상에서 하는 스포츠와 달리 물속에서 하는 수영의 경우에는 물이 물리적 저항을 많이 주기 때문에 폼이 큰 영향을 준다. 가끔 출근 전 달리기를 수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몸에 무리가 가거나 피로도가 높을 때 리커버리와 보강의 목적으로 수영을 한다. 수영을 꽤 오랫동안 했음에도 속도가 잘 늘지 않고, 접영이나 어려운 동작을 할 때는 숨이 잘 트이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수영을 할 때는 올바른 폼으로 하는지 집중해서 하게 된다.
새벽 자유수영 시간에 사람이 많지 않아 혼자서 한 개 레인에서 뺑뺑이를 돌고 있었다. 누군가 앞에서 밀리지도 뒤에서 쫓아오지도 않는 평온함 속에서 목표한 거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렇게 목표 거리의 반절에 다다랐을 즈음 마르고 20대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턴을 할 무렵 출발을 했다. 뒤에서 밀리는 속도에 천천히 그 녀석의 폼을 보았다. 팔은 곧게 펴지지 않고 물을 잡는 동작도 너무 급했다. 허우적대는 듯한 동작으로 그렇게 내 앞에서 가고 있었다. 스피드가 안 나올 수밖에 없는 동작이었다. 그래도 신기했던 건 그렇게 쉬지 않고 계속 뺑뺑이를 도는 것이었다. 25미터 레인에서 거의 대여섯 바퀴를 돌더니 그제야 한번 쉬어가는 것이었다. 엉성한 폼으로 하면 오히려 몸에 힘이 더 들어가 체력이 더 많이 쓰이고 힘들 텐데 하며 그 녀석을 피해 추월해 가며 내 목표된 거리를 채웠다.
달리기로 한동안 수영을 안 갔다. 한동안 나를 괴롭히던 하여 복근의 통증이 낫지 않아서 수영으로 대체해서 운동을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엉성한 폼으로 수영하는 젊은 그 녀석이 나타났다.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대로 목표한 거리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 녀석과는 반대쪽에서 출발해서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거리는 그 녀석이 나를 뒤에서 쫓아오는 간격이 좁아지고 있었다. 내가 너무 천천히 간 건가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롤링을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내 뒤를 더 바짝 쫓아오는듯했다. 턴을 할 때마다 그 녀석과의 간격이 좁혀지는지 체크하면서 급하게 팔을 휘저었다. 여전히 엉성하고 이상한 폼으로 수영을 하면서도 멀쩡한 폼으로 하는 나를 맹추격하고 있었다.
폼 좋다고 폼 잡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폼이 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녀석은 꾸준함으로 실력을 늘려가고 있었고 그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폼만 믿었던 나는 가끔 한 번씩 수영을 하면서도 성실하게 실력을 쌓아가는 그 녀석을 무시하다가 결국 따라잡히고 말았다.
가끔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느낀 것과도 비슷했다. “이상한 폼인데? 분명 부상이 올 거야~ 저렇게 뛰다가 금방 퍼질 거야~ ” 그렇게 폼만 지적하며 따라갔는데 결국 나보다 먼저 골인 지점을 들어가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곤 했다. 폼이라는 게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폼만 좋다고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닌 것이다. 물론 좋은 폼을 가졌다면 좋은 운동효과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동안 그 폼은 틀리고 이 폼은 맞는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엉성한 폼이지만 프로처럼 집요하고 성실하게 운동하는 그 녀석에게 큰 가르침을 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