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잘살아~
늘 나에게 “너만 잘 살면 돼~"라며 가족들 친척들 걱정을 하면 사촌 형이 나에게 하던 소리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 당시에 형이 걱정이 되었다. 늘 불안과 침울함으로 살았을듯한 형이 항상 걱정이 되었다. 사촌 간에 그런 유대관계가 있기 어렵다고 하는데 어릴 적 여름방학마다 형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지냈다. 매 방학 때마다 집에 놀러 오는 게 그땐 그냥 형이 좋아서 그런 것으로 만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니 형이 왜 우리 집에 방학 때마다 놀러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러 번의 작은아버지의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서 형에겐 시골이 도피처였던 것이었다. 그런 마음은 모른 채 그냥 형이 온다는 것에 너무 즐겁고 설레었다. 심지어 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형을 찾아 가출을 해서 서울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는데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엄마 아버지 고생 참 많이 시켜드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둘 곳 의지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을 텐데도 형은 사교성이 좋았다. 작고 왜소한 체구임에도 엄청난 친화력으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고 지금도 삶을 의지하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외동으로 자라 집안으로는 얻지 못했던 안정감을 친구들에게 얻었던 것 같다. 그런 형이 나는 늘 걱정이 되었다. FM대로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 달리 정말 치열하고 복잡한 삶을 살아오던 형은 늘 위험이 함께 하고 있는듯했다. 물론 형의 말대로 "너 걱정이나 해~ 너만 잘 살면 돼~"라는 말처럼 형은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 형의 절친이 사라졌다. 가끔씩 연락 두절이 되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 정상적으로 잘 지내다가도 다시 또 홀연히 사라져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였다. 그 형과도 몇 번 봤었고 심지어 내가 기타를 배운다고 하니 본인이 가지고 있던 낡은 기타를 주면서 DJ DOC의 노래를 연주해 주었다. ’돈 싫어 명예 실어~ 따분한 음악 우린 정말 싫어~“ 그 형이 내 앞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그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그렇게 몇 달간의 연락이 되지 않던 그 형은 어느 야산에서 발견이 되었다. 그 형임을 증명할 신분증과 함께. 나에게는 괜찮다 말하는 사촌 형이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 무렵 내가 읽던 책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 이 책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외로움과 슬픔으로 인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나왔던 자살 모임에서 어두운 밤에 산을 올라가는 내용이 나온다. 자살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 절벽 같은 곳으로 향하면서 죽음의 의지로 나선 발걸음이 산행에 대한 피로와 고통을 통해 죽음을 향했던 삶이 생존으로 바뀌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인생의 귀중하고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늘 외롭고 고독했을 형에게도 그런 결핍과 고통을 에너지 삼아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 책을 선물했다. 외줄타기 하는듯한 형의 마음이 이 책을 읽고 동하길 바랬는데 읽었는지 어디갔는지 심지어 내가 그 책을 선물했는지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형은 여전히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너만 잘살면되~ 그래도 니가 잘살아서 난 참 고마워~ 잘하고 있어!”
우리가 살면서 힘들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너무 과중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때인데 그럴때 이겨낼 힘의 원천은 내 자신에게 있지만 그 힘을 끌어낼 수 있도록 주변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 삶의 허무함과 허탈함은 나의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때다. 즉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에 나의 아픔도 슬픔도 더 크게 증폭되어 스스로를 움츠리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다 있고 그럴 수록 나를 다그치고 채찍질하기보다 그 외로움과 슬픔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그것이 좋은 양분이 된다는것이다. 포기는 쉽다. 하지만 단 1%의 가능성이라도 포기 않는다면 다시 꽃을 피울것이다.
*첫째가 유치원에서 방울토마토 씨앗을 가져왔다. 싹이트고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실수로 가지가 꺽였다. 그래도 혹시 뿌리가 자랄지 몰라서 물에 담궈 놓았다. 그렇게 죽을것이라 여겼던 토마토는 싹을 티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 토마토 나무가 나에게 인생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