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울 때 방 불을 끄고 아이들 이층 침대 옆에 바닥에 누워서 “어서 자~”라고 호령을 내리면 아이들은 그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한다. 처음 그 부탁을 들었을때 너무 당혹스러웠다. 재미난일? 언제? 나요즘 재미 있는 일이 있는걸까? 내가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나? 아니면 그 외의 시간에 재미난게?
재미란 무엇인가? 내가 언제 재미를 느꼈지?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작년 이무렵에 뇌과학으로 유명한 박문호 박사가 추천했던 책들중에 재미에 대한 정의를 한것들이 떠올랐다. 믹센트 치하이 교수와 황농문 교수가 책까지 펴내가며 이야기 했던 몰입이 인간이 느끼는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한다. 그들의 정의가 꼭 정답은 아니겠지만 몰입이 재미의 끝판왕이라면 과연 요즘 나는 몰입을 할 무언가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20대에는 화려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시끄러운 곳이 좋았다. 그곳에서 에너지를 느끼고 나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가장 큰 재미였다. 미친놈처럼 겨울에도 클럽에서 밤새 춤을 추면서 입고 갔던 반팔티가 땀에 흠뻑 젖어 나중에는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찌들어 정말 역한 냄새가 나는데도 그렇게 춤추고 노는 게 좋아서 미친 듯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를 그리워하며 두루미처럼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다가 와이프한테 크게 혼이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등 떠밀어 가서 놀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30대에는 회사와 육아에 찌들어 정말 자는 시간 이외에는 좀비처럼 피곤해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즈음 인터넷 게임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FPS게임이 정말 엄청난 퀄리티로 만들어 진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그렇게 한 판만 해봐야지 하던게 게이밍 노트북을 사고 게임에 빠져서 새벽 늦게까지 게임에 빠지기 일수 였다. 육아를 하면서 게임중독이라니 와이프는 내가 새벽에 게임을 하나 안 하나 감시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와이프의 투쟁 끝에 게임의 지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정말 내가 겪었던 가장 최근의 몰입의 순간이었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삭제되는 것처럼 게임 속에 빠져있었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관련 유튜브 영상과 공략글을 읽을 정도였으니.
아빠가 저렇게 놀았어 하면서 재미난 이야기지~라고 선뜻 이야기하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정말 미친 듯이 몰입했던 것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무언가에 몰입을 한다는 것, 찐팬이 된다는 것은 때로 너무 부럽기도 하다. 요즘엔 자기기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똑같은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사회이다 보니 내가 재미있는 게 아닌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에 더 시간과 열정을 쏟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다시 아이들을 재우며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해줄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나의 10대 이야기 하나를 생각해 냈다. 나의 10대에는 낚시에 빠졌었다. 초5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붕어낚시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낚시가 너무 즐거웠다. 작은 낚싯대 하나를 얻어 시작된 낚시가 점점 빠져들어 2~3대를 펴놓고 낚시를 하게 되었다. 뒷마당에서 흙을 파서 지렁이를 잡고, 소 사료와 미숫가루를 섞어서 떡밥을 만들었다. 낚시 받침대는 대나무를 잘라 낚싯대를 거는 곳에는 철사를 V자로 만들어 걸이를 만들었었다. 고기를 낚는 재미도 있었지만 장비 다운 장비라고는 싸구려 낚싯대 하나뿐이었는데 그런 전반적인 과정이 너무 즐거 웠었다. 요즘엔 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가 쿠팡에서 주문해 주고, 나를 졸라서 다이소에 가서 사고 싶은 걸 사지만 그때는 사고 싶어도 살 곳도 없었고 사달라고 졸라도 사주지 않았던 부모님 덕에 모든 게 항상 모든 상황에 결핍이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게 주어진 상태로 무언가를 하기보다 하나하나 그 기틀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부족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