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나도 OB가 되어가는 세대교체 이야기

by 고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실세 역할을 하는 연령대가 있다. 우리나라는 각 산업별 성장곡선에서 꽃을 피우는 시기 중에 성장기를 오래 유지했던 기업들이 있다. 약 15년 전 내가 입사했던 회사는 시장 개화기를 지나 이제 막 성장의 꽃을 피우고 있던 시기이다. 그때는 대리가 팀장을 하기도 하고 과장이면 각 부서에서 날아다니는 권력을 지니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임원에 눈에 띄어 수발 저 말 X 발 다 들어가며 막강 파워를 가지는 사람들은 똑같은 팀장이더라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밟고 일어서느냐 밀려나느냐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자와 밀려난 자들의 치열한 전투를 관전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 고래 싸움에 미생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수발을 들며 고생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직장이라는 사회조직에서의 삶이 밖에서 봤을 땐 정말 의미가 없고 이해가 안 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간절하고 피가 마르기도 한다. 이게 뭐라고 내 삶의 전부인 듯 몰입해서 살아가게 되지만 그렇게 쏟아낸 에너지의 빈틈새를 찾아 허무함과 허전함이 고개를 들이민다.


무엇이든 그 순간에는 그러 하였더라도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게 되고 간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 뒤에 실세는 한발 물러나게 되고 또 다른 실세가 나타나게 된다. 속된 말로 물갈이가 되는데 그렇게 평생 갈 거 같던 권력도 기세도 꺾이고 그간의 행동에 후회와 반성을 하기도 한다. 세상이 물레바퀴 풍차 도는 것과 같다는 것에 비유하는 게 그렇게 자신의 과거 행적에 반성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세력과 권력을 얻어 내가 제일 잘나가고 있다는 것에 도취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은듯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지는 별과 뜨는 별의 교차점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얄밉고 철밥통 같았던 상사가 이제는 1선에서 2~3선으로 물러나는 걸 보면서 마치 미래의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강한 의지로 다짐을 하지만 현실이 내 마음과 같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 모습을 야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이중성을 띄는 걸 보면 진작에 달아나거나 새로운 삶을 찾아갔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모습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 팀장이었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이제는 실세의 자리에 있지만 그 자리가 마냥 달갑지 많은 않은 우리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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