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호흡
요즘 들어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다. 먹고 자고 놀고의 반복 속에서 하루 종일 속세의 무거운 짐과 어두운 면모를 씻어주는 반야심경 불경처럼 줄줄줄 읊으며 다니는 사람처럼 ‘이탈리아 브레인 롯’ 캐릭터 이름을 달달달 외우며 정말 무념무상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듯하다가도 세상의 고난과 역경뿐 아니라 하기 싫고 먹기 싫은 음식도 로블록스 한판이면 “알겠어~ 알겠어~”라며 적극적인 도전을 한다. 그렇게 세상의 복잡함은 그 녀석에게는 단순함으로 변환이 되고 어려운 일은 적당히 피해 가며 너무 애쓰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는 삶의 태도를 취하는 아들 녀석이 부럽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갔다. 진맥을 재는 한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나에게도 낯설고 신선했다. 첫째는 나와 성격이 비슷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고 둘째는 한의사 선생님도 잘 먹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나에게는 한의원이 익숙했지만 이상하게 아이들과 함께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한의사 선생님은 진맥을 통해 마음이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심박과 호흡의 패턴이 나를 표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명상에서도 내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어지러울 때 안정감을 주는 심호흡을 하면 정상으로 돌아오듯 나의 마음의 모양에 맞는 호흡의 패턴이 있다.
그런 나의 호흡과 달리 너무 이상을 좇아 거친 호흡으로 지내왔다. 몸에서는 조심히 알듯 모를 듯 신호를 보내왔지만 그 경고를 무시한 채 무한질주를 하며 지내다 결국 탈이 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심한 몸살과 체력 저하로 면역력이 떨어져 입안이 헐고 기운이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터지는 국룰에 따라 회사일도 팡팡 터져주었다. 하루 이틀이면 기력을 회복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일주일가량을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지내게 되었다.
삶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친 몸 상태가 생각까지 더디고 쳐지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빡세게 지내는 걸까?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좀 느긋이 여유를 즐기고 삶의 즐거움을 곁에 두고 재미있게 살면 안 될까?” 그 와중에도 바쁘고 긴 스케줄을 마무리하는 주말 오후 늦은 낮잠을 자고선 둘째 아들 녀석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나섰다. 입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캐릭터 이름을 노래처럼 흥얼거리고 있었고 걸음은 덩실덩실 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저 나이 때 나도 그랬지? 너무 세상에 물들어버린 나 자신이 안타까우면서도 지금에라도 저 철없는 아들 녀석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다시 나도 철없이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