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 동맥류에 대해 생각보다 투병 자료가 없다고 느꼈다. 내가 투병자로서 투병일지를 찾아봐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동맥류의 특성상 소수이기도 하고, 터지면 대부분 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것 같다. 그래서, 투병 시리즈를 제작해보려고한다. 약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고통의 크기가 커서 몇가지 기억은 뚜렷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나는 자료를 찾기 못해 불안에 떨었기에,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어렸을 적부터 전신마취 수술만 4번 경험한 사람으로, 병원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이 내용은 내가 왜 그렇게 병원에 가지 않으려 했고, 업무라는 핑계로 애써 외면했는지 이해 할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2022년 5월이던가 아침 출근 길, 왼쪽 갈비뼈 아래에서 통증이 왔다. 당시에 윗몸일으키기를 열심히 하고 있던 터라,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했었다. 통증은 신기하게도 차에 앉아서 운전을 할때만 아팠다. 통증의 강도는 심하지 않았으나, 무언가 뻐근하고 내 내장을 꾹 누르는것 같은 기분나쁜 통증 계속 됐다. 운전 할 때만 아팠기에, 어디가 결리거나 그랬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비장의 위치 출처 :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
그렇게 한달이 넘는 시간을 보냈을까? 통증은 똑같았고, 조금씩 소화가 안되는 증상이 일어났다. 특히, 저녁만 되면 소화가 안되서 그런지 헛 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제로콜라를 아주 많이 섭취중이었기 때문에, 소화 불량이겠거니 했다. 한달 반이 지났을 무렵에는, 일반 음식을 먹어도 간헐적으로 소화가 안되곤 했다. 이때부터 뭔가 쌔한 느낌을 가지긴 했지만, 일이 너무 바빴다. 감사준비와 감사의 중심에 서있던 나는, 병원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감사가 종료되고, 아주 우수한 결과를 받았다. 즐거운 기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당시에도 간헐적인 통증은 있었으나, 난 내가 느꼈던 쌔함을 휴가에까지 미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휴가 마지막날 병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휴가는 장거리 여행이었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감사 준비로 장기간 운전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장기간 운전을 하면서 내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걸 심각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었다. 120km 거리를 5번의 휴게소를 들려 겨우겨우 갈 수 있었다. (가는 내내 통증이 느껴지는 비장의 위치를 마사지하며 갔는데, 후에 의사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겨우 도착한 휴가지에서 짐을 풀어놓고 여독을 풀었다. 참 웃긴게, 운전 할 때 빼고는 또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애써 고통스러웠던 운전길을 뒤로하고, 즐겁게 휴가를 보냈다.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으나, 여전히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암인가?, 위암일까? 폐암일까? 애써 혼자만의 걱정을 뒤로하고, 이제 드디어 병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