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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15. 2023

비장 동맥류 투병일지(6)

고통 그리고 해방

시술실은 생각보다 넓었고, 기계는 생각보다 작았다. 침상 같은 곳에 누우라고 했기에 누웠는데 자세가 정말 불편했다. 옆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 아무튼, 그러고 나서 MRI기계처럼 생긴 기계에서 여러 차례 촬영했다. 이후엔 시술을 진행할 의사분도 들어오시고 물품도 세팅 등 무언갈 많이 하고 나서, 우측 사타구니 쪽에 부분마취 주사를 맞았다. 주사 바늘이 여러 번 들어가서 아팠지만 이내 감각이 무뎌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시술이 시작됐다.


"메스" 이후 사타구니 근처가 살짝 잘리는 느낌이 살짝 들고 난 뒤부터는, 한동안 별게 없었다. 다만, 침대 덕에 뭔가 어정쩡한 자세로 있었는데, 이 때문에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좌측을 보니 흑백으로 표현된 내 혈관이 보였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비장 동맥류가 동그랗게 부풀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내심 속으로 "많이 심각했었네"라고 생각했다. 이후 시술은 30분 동안 아무런 느낌 없이 진행됐다. 가끔 내 안쪽에서 거부감이 느껴졌긴 하나, 통증은 없었다. 우리나라 의학기술이 정말 발전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술방을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이 이제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니, 지금까지 한건 뭐람? 나중에 들었지만, 이때부터 복부동맥을 따라 라인을 설치하고 진정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의사 선생님들끼리 무언가 얘기를 하더니 어떤 단위를 얘기했다. 아마도 혈관 안에 들어가는 코일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재료의 크기를 바꿔가며 여러 번 했다.. 그러다, 제법 큰 단위의 재료가 들어갔을 때, 나는 살아생전 느낄 수 없었던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아, 죽을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글로 표현하자면, 비장을 중심으로 누군가 복부대동맥 전체를 주무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이 욱신거렸으며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의 지옥 같은 시술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참으면 참아지곤 했다. 그래서 난 육체적 고통은 대부분 참곤 했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힘든 순간이었다. 고통에 몸부리 치고 싶으나 침대가 좁아 몸을 틀 수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식은땀으로 얼굴이 범벅이 됐다. 땀으로 축축이 젖어가는 수술대처럼, 내 한계치도 점점 힘을 잃어갔다. 한 10분쯤 참았나,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가슴이 너무 터질 것 같은데 원래 이런가요?" 그의 답변은 이렇게 돌아왔다. " 네, 환자분 정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예요. 지금 진통제도 들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조금 더 버텨보기로 했다.


한 30분이 지났을까 이미 고통에 힘은 다 빠졌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고 있었다. 옆에서 수술복장을 한 어떤 간호사분이 날 안쓰럽게 계속 바라보고 계셨다. 그분과 눈이 마주치자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혹시 너무 아픈데 진통제 좀 더 맞을 수 없을까요?" 이미 한번 의사에게 말을 전했기에, 애처롭게 걱정해 주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열심히 시술을 하고 있던 의사 선생님께서, 의료용 펜타X을 주사하라고 지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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