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다 Sep 17. 2023

비장동맥류 투병일지(7)

시술 후 다시 찾은 병동

 펜타X이 들어가자 몸이 축 처지며 나른해졌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인생무상을 느낄 수 있었다. 통증은 남아있긴 했지만 적어도 이전만큼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나머지 시간을 쭉 이 상태로 버틴 뒤 시술은 끝났다. 다만 끝난 시점부터 약 기운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입원실로 이동하는 내내 비장 부위의 통증이 심해짐을 느끼며 어찌어찌 도착했다. 침대에 눕는 순간에는 너무 아파 숨을 헐떡이곤 했다. "학- 학- 학- 학-" 횡격막이 부풀어 오르면 큰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병실로 도착 후에는 그 상태로 4시간을 꼼짝하지 못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옆 침상을 방문하다 돌아가는 간호사에게, 에어컨 좀 틀어달라 부탁하는 것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너무 아파하는 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옆 침대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봐요, 수술 후에는 심호흡을 해야 덜 아파요" 당시에는 고통에 머리가 마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이렇게 걱정해 주는 말도 싫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그의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에 쉼 호흡을 시작했고 약간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위암환자로 입원하여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이었는데, 대기업에서 3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퇴직한 사람이었다. 젊잖은 노 신사처럼 느껴지는 그의 말에서 난 기댈 수 있는 위안을 얻었으리라.


그날 저녁, 도저히 밥 먹을 힘이 없어 먹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누워 심호흡만 되낼 뿐이었다. 시술 후 9시간이 지났을 무렵, 진통제를 맞고 조금씩 걸을 수 있었다. 한발 한발 통증을 부여잡으며 화장실도 가고, 휴대폰을 볼 여력이 생겼다. 시술 후 가족에게 간단한 사실을 전하고 계속 누워있었기에,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의 연락이 와 있었다. 이들에게도 간단하게 소식을 전한 후 소등에 맞춰 잠에 들었다.


어스름한 새벽, 잠이 완전히 깼다. 밤새 통증으로 뒤척이다 잠들고를 반복했기 때문이거니와, 수시로 열체크하러 오는 간호사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5시가 넘은 시간이었나, 간호사님이 방문해 채혈을 했다. 아침 6시 30분 어간에는 몸무게 측정과 X-ray 촬영 지시문을 가지고, 직접 걸어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며 가며 혼자 이동해야 해서인지, 고통스러웠던 기억만 남았다. 특히, X-ray 촬영대에 올라갈 때의 아픔이란.. 아무튼 이렇게 시술 후 다음날이 밝았다.

이전 06화 비장 동맥류 투병일지(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