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를 조롱하며 무단횡단하는 무개념 아이들.
오늘 가족과 산책을 하다가 무단 횡단을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히잡을 쓴 여자아이 3명과 머리색이 다른 남자아이 2명. 그들은 무단 횡단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한 남자아이는 중간에 서서 로봇 흉내를 내며 아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무리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차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Intergrity가 꿈틀 했다.
나는 사람이라면 모두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보편적 가치란 여러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로,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밥상머리에서의 교육도 모두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보편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을 자행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나는 길을 다 건넌 그들에게 가다간 후 말을 건넸다. 처음엔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인 줄 알고 영어로 호통쳤다. "지금 웃기냐?, 뭐 하는 거냐?" 그랬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길 건너는데요?" 뚱뚱하고 짤막한 남자 녀석의 대답이었다. 그 아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인지 머리색 피부 등 우리와는 달랐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냐", "운전자들에게 피해 끼치지 마라" 등 여러 가지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게 자신이랑 무슨 상관이냐 난 길을 건넜을 뿐이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웠다. 내 자식 같으면 이미 묵사발이 냈겠지만 남의 자식이고 심지어 외국인이다 보니 더 그럴 수 없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거들고 내 가족도 거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 중, 더 있다간 그 아이를 때릴까 싶어 자리를 피했다.(매우 싹수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자리를 피하고 있던 중 가족과 다시 합류하여 걸었다. 공교롭게 그 아이들, 거들어 주셨던 아주머니도도 같은 방향인지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행렬 맨 뒤에서 아랍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아까의 뚱뚱한 남자아이였고, 아주 큰 소리로 뭐라 뭐라 말했다. 다른 나라 언어를 당연히 알아들을 리 있나?. 하지만 누가 들어도 욕처럼 느껴지는 말을 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언어로 인종 차별 당해도 느껴지는 그런 더러운 느낌. 딱 그 느낌이었다. 물론 섣부른 판단일 수 있기에 참았지만, 다시 내 역린을 건드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남자아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라며, 내 흉내를 냈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쫑긋 세웠는데 그 이후 내가 강조했던 말들을 조롱하듯 쏟아내고 있었다. 너무 열이 받았던 그때, 가족이 휴대폰으로 그 아이들 전부를 촬영했다. 내가 의아하여 왜 하냐고 물어보던 사이, 다시 그 뚱뚱한 남자아이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에도 매우 큰 소리로 아랍어로 조롱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시 그 뚱뚱한 남자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리곤 시끄럽다고 뭐라고 그렇게 떠드는 거냐며 조용히 하라고 혹 된 말로 개 X랄 했다. "내가 뭐요"라고 말하는 그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행위를 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어른으로서 참 도리는 아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여하튼 한바탕 개 X랄이 끝난 이후 싹수없게 투덜대는 아이를 뒤로하고 앞장서 갔다. 아까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진행되면 사달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반 직장에 다니면 멱살이라도 잡았을 텐데, 아직은 공직에 있는 자로서 그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가족은 그 아이에게 최대한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왜 촬영하냐는 아이의 물음에 전~혀 에너지 쓰지 않는 모습으로 대했다. 내가 멋있었다고 생각한 그 남자처럼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그 아이의 대답의 논리를 깨버리고 타일렀다. 그러곤 쿨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일까?, 드디어 우리와 방향 갈린 그 무리 중 그 뚱뚱한 남자아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나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입장이었는데, 왜 그들의 잘못된 논리가 공감 가는지 혼란스러워하며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했을까 하는 반성도 했다. 가족처럼 조곤조곤 반박하며 타이를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마치 내 가족은 훈계를 한 것처럼 여겨졌고, 나는 오지랖 부리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았다. 못난 어른처럼 아이를 대한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물론, 개 X랄 떨던 오늘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이 보여준 교훈으로 변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나, 내가 그것을 이해 못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 X랄 하며 훈계하려는 어른에게 좋은 마음은 안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차근차근 조곤 조곤 논리로 박살 내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는 것을 지킨 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다. 앞으로 그런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면 차근차근 조곤조곤 논리로 훈육하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히잡을 쓴 여자아이들이나 남자아이 1명은, 표정으로 잘못했다는 걸 표출했기에 별말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