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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pr 10. 2024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나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조아



* 지홍 과의 인터뷰입니다.





    야구는 대부분 다 보는 걸 먼저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야구를 보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까  ‘나도 저 투수처럼 던지고 싶다’, ‘저 타자처럼 쳐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조깅은, 달리기 하면 일단 기분이 좋잖아요. (웃음) 힘들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신나게 뛰는 구간이 있어요. 그때의 느낌이 너무 좋고 그리고 되게 간편한 운동이잖아요. ‘뛸까?’ 하면 뛸 수 있으니까,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은 게 좋아요. 또 제가 너무 많이 먹다 보니까 그거라도 해야 이제 살이 좀 덜 찌지 않을까.


지홍 님이 다양한 일을 과감히 해보는 과정은 어떻게 시작되나요?

    

    하는 것들이 대부분 별로 대단한 일들은 아녜요. 그렇다 보니 접근하기가 쉽죠. 달리기를 하려면 걸음마부터 떼야하는 게 아니잖아요. 뛰고 싶을 때 강에 가서 혼자 뛰면 그게 조깅이니까요. 조깅 크루를 들어가게 된 것도 혼자 운동장에서 뛰다가 다른 친구가 크루에서 달리는 것을 보고 들어가게 됐어요. 크루 사람들 뛰는 정도는 쉽게 할 줄 알고 처음엔 혼자 뛰어봤는데 상상만큼 잘 뛰지 못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아, 나도 이들처럼 연습을 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강제적으로 같이 연습해 줄 단체를 찾아 들어간 거죠. 작년엔 10km 마라톤도 되게 힘들게 뛰었거든요. 근데 올해는 하프 마라톤 다섯 번 하는 게 목표였는데 벌써 세 번 뛰었어요. 선수처럼 뛰게 된 건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조금씩 늘더라고요. 이 작은 변화도 결국 새로운 내 능력치가 되는 거니까 좋아요. 가볍게 시작해도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죠.


지홍 님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행복 도파민을 채우는 거요. 만나고 싶은 친구들 부르면 만날 수 있고, 사실 소소한 거예요. 또 내 몸뚱이 움직여서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거고요. 저는 행복을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고, 실제로 작은 것에도 쉽게 만족해요.





지홍 님의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그중 오스트리아에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비포 선라이즈>라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거든요. 그 영화를 보면 남녀 두 주인공이 기차에서 내려 오스트리아 비엔나 곳곳을 밤새도록 돌아다니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밤 버스를 타고 네덜란드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이동해서 그 주인공들이 다녔던 코스를 똑같이 다녔어요. 근데 이 장소들이 세트장이 아니고 정말 도시 그 자체여서 주인공들이 밤에 반하게 된 동안의 감정을 제가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시기도 있나요?

    25살 될 때 너무 슬펐어요. 저한테 24살이 너무 불안한 시기였거든요. 곧 졸업해야 하고, 빨리 진로를 정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요. 정말 앞이 깜깜하게 느껴졌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우울한 노래를 더 찾아서 들었어요. (웃음) 사실 저는 교환학생 가서 원 없이 놀고 여행하고 오는 게 목표였어요. 그렇게 간 거였는데도 24살에서 25살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한국 가면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에요. 그래도 저는 제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학창 시절엔 정말 치열하게 살았거든요. 


그럼 대학생 시절의 과도기에 있을 24살, 25살 성균관 대학교 후배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솔직하게 그 시기의 분들에게는 마냥 놀라고만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사람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내 미래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함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겪고 있는 선배한테 조언을 구하거나, 아니면 그냥 친한 후배를 만나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현재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만 듣는 것도 힘들 수 있거든요. 오히려 고민하는 주제에 대한 생각을 덜 하고 있을 싱그러운 후배를 만나서 기분 전환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랑 지홍 님만 해도 8학번 차이인데,
나이를 불문하고 후배들과 잘 지내실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제 노는 스타일이 너무 어린애 같아서 그래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데 제 또래 친구들한테 그런 거 하자고 하면 힘들어해요. 그냥 드러누워 있는 거 좋아하고. (웃음) 제가 에너지가 너무 많은 거죠. 저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에너지를 다 소모해야 하는 사람인데 제 또래는 같이 소모를 못 해주니까 저의 에너지를 견뎌줄 사람이 필요해요. 동생들은 제 에너지를 다 감당하니까, 그 친구들이 저를 놀아주게 되는 거죠. 그렇게 신나게 놀고 또래 친구한테 가면 이제 에너지가 맞아요.


지홍에게 후배란

    항상 학교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바로 밑 학번 친구들은 나보다 더 똑똑할 것이고 다음에, 그다음에 들어온 후배들은 또 더 똑똑하겠지?‘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만날 때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만나려고 해요. 또 그들을 만나면 ‘나도 이땐 이랬었지’ 하면서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잖아요. 그러고 나면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과정들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내가 왜 불안할까?’, ‘지금의 나는 뭘 하고 싶을까?’ 같은 고민에 대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30대가 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나요?

    대학생 때는 대기업에 가는 게 목표였어요. 마케팅을 공부했었는데 신문에 내가 브랜딩 한 제품이 완전 대박 났다는 기사가 실렸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현실적으로 회사를 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는 그 꿈을 택하지 못했어요. 마케팅 일을 택하면 평생 마케팅 일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마케팅 업계는 워낙 창의적인 사람이 많이 오니까 ‘내가 금방 머리가 굳어버리면 이 일에서 인정받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오고 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고 싶어도 못 하더라고요.


선택에 아쉬움이 많이 남으시나요?

    마케팅 업무를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긴 하죠. 그래도 지금 제 일에 만족해요. 이왕 정하고 이 길로 오게 된 거 후회만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우리 회사는 화학 회사니까 화학에 대해서 더 공부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은 글로벌 회사니까 중국어나 스페인어, 영어를 더 공부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내서 만일 이직하더라도 지금 회사에서 아주 인정받고 나서 하고 싶어요. 먼 미래긴 하지만 팀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서 팀장이 되고 싶어요. 회사 안에서 잘 한 사람이 얻는 자리일 테니까. 그게 사회인으로서의 첫 목표죠.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조아

2024.03.24 지홍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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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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