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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n 12. 2024

배움은 책 속에만 있는게 아니야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유송



* 서진 과의 인터뷰입니다.







    나는 혼자 카페에 자주 가. 재택근무 하면서 머리가 복잡하면 갈 때도 있고. 근데 그걸 떠나서도 나는 집에만 있으면 좀 머리가 아픈 사람인 것 같아. 카페의 모두 다른 환경이 좋아. 카페를 가면 뭐라도 해야지 싶잖아. 중학교 시절에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도 방학에 혼자 카페에 가서 우주 공부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는 수성 공전 주기 88일 이런 거나 외우고 그랬어. (웃음) 이렇게 당장 나한테 도움 될 일이 아니더라도 혼자 뭔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좋아. 그래서 박물관도 좋아해. 예전에 집 가까이에 박물관이 있었는데 가서 박물관 한 바퀴 걷고 오고 그랬어. 빗살무늬 토기 같은 익숙한 문화재도 보다 보면 ‘이 부분은 장식이었구나’, ‘이래서도 이게 필요했구나’ 같이 몰랐던 배경을 알게 되거든. 그런 당대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생각들이 더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재미있어.







                삶의 원동력, 배움


    사실 요즘 힘든 적이 없어. 그냥 매 순간이 즐거워. (웃음) 왜 이렇게 즐거운지 그 나름의 이유를 좀 생각해 봤는데, 지금 인턴 일을 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 일도 그렇고 이외의 내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 하는 모든 게 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잖아? 다 좋아하는 분야의 일들이야. 그래서 싫을 게 없는 것 같아.




배움이 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


    나는 의미 없는 시간이 싫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물들어가기보다 하나씩 직접 만들어가고 싶은 게 많아. 그래서 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릴스나 틱톡을 일부러 안 보려고 하는데, 하나 보기 시작하면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보게 되면서 그 안에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그 느낌이 싫어서 잘 안 보려고 해. 대신 사소한 부분에서 하나라도 연결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 예를 들어 나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데 마케팅 활동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잖아. 그니까 길을 가면서도 뭐 하나라도 더 둘러보면서 일상에서도 그 분야를 떠올리려고 해.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법


    만약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면 그냥 최대한으로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 같아. 당장 기분이 나쁜 순간이더라도 돌아보고 생각하다 보면 좀 이해되는 순간들도 있잖아. 굳이 그 감정들을 회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을 다 하고 나면 더 이상 생각할 게 없으니까 그냥 끝나더라고.


    또 그 과정에서 모든 일은 결국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해결하면 되는 거고,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수밖에 없는 거잖아. 안 좋은 상황일 때도 ‘여기서 내가 뭐 하나라도 배웠다.’ 이 하나만 있으면 사실 모든 게 다 유의미한 경험인 거야. 그럼 힘든 순간도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흔한 말이긴 한데,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과정에 의의를 두는 거지.







                나의 사람들


    전혀 없어. 살면서 트러블이 생겨본 적도 없는데 내 주변에 다 좋은 사람들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아. 그게 진짜 감사해. 안 맞는 사람도 있었지. 근데 ‘나랑 안 맞는 사람’과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좀 별개라고 생각해. 당연히 내가 모든 면에서 어떤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게 아닐 거잖아. 그래서 어떤 사람이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면 안 맞는 상대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고민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특히 네게 소중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뭐야?


남한테 좋은 말을 잘하는 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아. 나는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해도 입 밖으로 내는 건 잘 못하는 것 같거든. 근데 나 혼자 생각하는 거랑 직접 말로 내뱉어서 그 사람 귀에도 들어가게 하는 거랑은 진짜 큰 차이가 있는 거잖아. 그래서 그걸 의도적으로 많이 하려고 하는데 내 주변엔 그런 좋은 말을 나한테 직접 해줄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날 칭찬해 줘서 좋다기보다도 요즘 사회엔 칭찬보다 험담이 많다고들 하잖아. 이런 와중에 내 주변엔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되게 좋아. 







            잃고싶지 않은 나의 모습, 그리는 미래 나의 모습


    계속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 나중엔 어쨌든 간에 이 학생 신분을 벗어나고 인턴 신분을 벗어나게 될 거잖아. 진짜 일을 하게 되는 때가 올 텐데, 같은 회사에서 몇 년째 일하고 인간관계도 더 확장되지 않는 어느 시점에서 머물다 보면 배우다가 아니라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싶어. 혹시나 무의미하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온다면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하는 지금의 내 노력을 떠올리고 싶어. 



그럼 미래의 너는 어떤 사람이고 싶어?


    나 자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이성 간의 사랑이든 동성 간 우정이든 사람이 사랑이 많으면 여유로워 보이고 다 티가 나잖아. 내가 최정상에서 어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걸 그린다기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계속해서 무탈하게 지내는, 그냥 그런 게 좋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더 좋고 행복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목표가 있는거지.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유송

2024.06.01 서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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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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