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터 수수 / 포토그래퍼 누비
* 성균꽃집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어떤 꽃을 좋아하세요? 꽃 시장에 가면 주로 어떤 꽃을 고르시나요?
꽃을 고를 땐 주로 꽃말이 예쁜 꽃을 골라요. 만일 제가 꽃을 사는 고객이라면 물론 꽃도 예뻐야겠지만 받았을 때 그 의미가 좋다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꽃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 친구 주는 꽃, 부모님 주는 꽃 다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나 의미가 다르잖아요. 그 의미에 맞춘 꽃을 만들어드리는 거죠.
꽃으로 커뮤니케이션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저는 장삿속으로 돈만 생각하면서 꽃을 팔고 싶지는 않아요. 물건을 팔 때는 사람 간에 오고 가는 게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화하다 보면 슬픈 일로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먼저 간 친구한테 꽃을 주러 간다거나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보러 간대요. 그럴 땐 내가 막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나도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져서 돈을 안 받으려고 하죠. 그렇게 마음으로 꽃을 해주면 또 꽃 사서 가신 손님들은 그걸로 감사하다고 호두과자같이 맛있는 것들을 막 사와요. 이럴 거면 돈 받는 게 나을 뻔했지. 미안하게 나 줄 것을 또 사 오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편지를 두고 간 적도 있어요. 항상 마음이 불편한 날 자길 위로해 주려고 꽃을 샀대요. 근데 오늘은 친구가 취직해서 좋은 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꽃을 사게 됐다고, 항상 올 때마다 웃으면서 이야기 같이 해주시고 예쁜 꽃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참 고마웠지.
아, 또 저만의 규칙이 있어요. 매일 첫 손님은 반값에 꽃을 줘요. 첫 손님은 개시 손님이잖아요. 그 손님이 오늘 좋은 기운을 전해줬으니까 나도 꽃을 싸게 주는 거죠. 또 그 손님은 내가 싸게 팔아도 모를 테니까 (웃음). 군인, 임신부는 무조건 꽃을 한 송이씩 줘요. 축하한다고, 고맙다고.
특히 좋아하는 꽃말은 뭔가요?
‘당신이 힘들 때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제일 좋아해요. 주로 응원과 행복이 담긴 꽃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델피니움이라는 꽃이 그런 꽃말을 가진 꽃이에요.
꽃을 사러 오는 학생들을 볼 때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꽃을 사러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다 행복한 마음으로 와요. 꽃을 전해줄 생각에 받을 사람보다 더 행복해 보여요. 그래서 그런 학생들을 볼 때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죠. 또 나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항상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애들을 바라보게 돼요. 여자 친구나 엄마 준다고 3만 원, 5만 원짜리 꽃을 해달라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열심히 알바하고 용돈 받은 거 아껴 놓은 돈일 텐데 너무 소중한 돈이잖아요. 그래서 애들한테 그렇게 큰돈 안 줘도 예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더 싸게 하라고 얘기해요. 포장이나 구성을 더 예쁘게 해서 3만 원짜리같은 만 오천 원어치 꽃다발을 만들어 주죠. 남은 돈으로는 친구랑 맛있는 점심 사 먹으라고 해요 (웃음). 애들이 자기 좋은 마음 크게 전달하고 싶어서 큰 꽃 비싸게 하려고 하는데, 사실 꽃은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꽃을 주고받는 그 상황 자체가 좋은 거지.
꽃을 팔 때 항상 언제 줄 꽃이냐고 물어보시는 이유는 뭔가요?
꽃을 받는 사람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꽃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고, 나한테 꽃을 사러 온 그 손님이 꽃을 진심으로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해요. 그러려면 꽃을 받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이 손님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 화가 난 여자 친구 마음을 풀어주려고 꽃을 산다고 생각해 봐요. 꽃을 무작정 크고 예쁘게 만든다고 해서 맘이 풀리는 게 아니거든요. 꽃을 너무 많이 사 가면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얘 좀 봐라? 꽃 많이 사 와서 그냥 넘어가려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또 한 송이만 들고 가면 더 화나죠. 그럴 때 적당한 크기의 꽃을 만들어주면서 가방에 편지랑 같이 숨겨서 가지고 가라고 말해줘요.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기 전에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꽃을 꺼내주라고 하죠. 그러면 상대방도 꽃을 보면서 한 번 더 자기 마음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꽃이 더 제 역할을 잘 해냈으면 좋겠으니까 언제 줄 꽃인지를 꼭 물어보는 것 같아요.
꽃 장사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신 순간은 언젠가요?
근처에 서울대학병원이 있잖아요. 그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거기서 장례식을 하게 됐나 봐요. 손님이 오셔서 아버지가 특히 좋아했던 꽃을 놔드리고 싶다는데 그 꽃이 수입 꽃이라 흔한 꽃은 아니었어요. 정신없는 통에 그 꽃을 구하기도 어렵죠. 근데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이잖아요. 꼭 꽃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우리 가게에도 그 꽃이 없었는데 없다고 안 하고 잠깐 가서 기다리고 계시라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꽃 시장에 가서 시장을 다 뒤져서 그 꽃을 찾았죠. 그렇게 만든 꽃다발을 예를 갖추고 찾아가서 잘 전해드리고 왔어요. 그런데 그분이 너무 감동했다고 감사하다고 문자를 하셨더라고요. 너무 보람차더라고요. 오시는 분들이 다 꽃 너무 예쁘다고 그랬대요. 또 꽃이 4일, 5일 내내 싱싱해서 장례식 내내 꽃을 같이 가지고 다녔대요. 역시 좋은 마음으로 뭔가를 하면 다 돌아오는구나 싶었어요. 뭐든 좋은 마음으로 해야지.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나요?
그럼요. 첫 방문 해주셨던 첫 손님하고 성균관대학교 다니는 여학생 한 명이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는 본가가 멀어요. 이제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그 친구 혼자 서울로 올라왔는데 어머니가 성년의 날을 너무 챙겨주고 싶으셨던 거예요. 우리 꽃집에 전화해서 꽃을 하나 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죄송하지만 자기 딸이 몇 시에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혹시 그 수업 시작 전에 내 딸에게 꽃을 전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나도 자식 있는 입장에서 너무 돕고 싶잖아요. 그래서 알겠다고 했죠. 그 비밀 작전이 있은 당일 날 어머니랑 이야기했던 장소에 가서 그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전화를 안 받는 거예요. 아무리 해도 안 받으니까 이벤트에 실패할까 봐 미치겠더라고요. 결국 들킬까 봐 꽃집이라고는 말을 못 하고 전할 것이 있으니 보면 답장 달라고 문자를 남겨뒀죠. 그 문자가 이 친구 입장에서는 정말 의심스러웠을 거 아니에요? 그 친구한테 나중에 답장이 왔는데 누구시냐고, 어딘지를 정확히 말해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결국 꽃집인 걸 밝히게 됐죠. 후에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수업을 엄청 일찍 가서 연락을 못 받았더라고요. 다행히 수업이 끝나고 기뻐하면서 꽃을 잘 찾아갔어요. 이후로 그 아이랑 내가 친해졌는데 그 아이가 제 생일날 축하 메시지도 보내주고 오고 가면서 여길 자주 들렀어요. 그렇게 마주칠 때마다 저도 그 아이가 커가는 게 보이잖아요. 처음 봤을 때 갓 새내기였던 애가 선배가 되고 지금은 졸업반이 됐어요. 그 모습을 보는 데 마음이 새롭더라고요. 꽃집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 가게가 앞으로 어떤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항상 행복한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가게 올 때마다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행복한 일로만 왔으면 좋겠어요. 꽃집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도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적은 없었거든요. 꽃은 늘 봐도 예쁘고 손님들은 그 꽃을 사러 오는 즐거움에 대부분 방실방실 웃으면서 들어오니까요. 그게 꽃집의 장점인 것 같아요.
원래 꽃집을 바로 옆 주차장 쪽에서 했었어요. 그때는 내 눈에 보이는 게 정면에 있는 바로 앞 가게뿐이었는데, 정말 작은 창문만 있고 손님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하다가 여러 손님 오가는 게 보이고 햇살도 잘 드는 여기로 운 좋게 이사하게 됐어요. 그렇게 5년이 지났죠. 이사하고 나서 더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게 되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돼서 참 좋아요. 손님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게 저도 연구하고 노력해야죠.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누비
2024.08.27 성균꽃집 사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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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