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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어 싱그러운 예술처럼, 그렇게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영랑

by 휴스꾸 Mar 19. 2025


* 민경과의 굿바이 인터뷰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저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예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뭘 좋아하죠? (웃음) 혼자 전시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가거나. 제 일상은 예술로 가득 차 있어서, 예술이 없으면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그리는 게 좋았어요. 다양한 재료를 쓰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흰 도화지에 채워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그림을 꾸준히 그리다 보니 자연스레 예고에 가게 됐고 여느 미대 지망생처럼 시험을 위한 입시 미술을 준비했어요. 입시 미술을 하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낀다고들 하던데, 저는 오히려 대학에 와서 진로에 대한 혼란이 커졌던 것 같아요. 미대에 진학하긴 했는데 틀이 있는 그림을 오랜 기간 그려오다 다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려 하니까 창작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너무 미술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저는 영상학을 복수전공 했네요. 결국 예술 대학의 두 학과를 수료하고 졸업하게 됐어요. (웃음) 저는 예술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지금은 사람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20살 되자마자 계속 미술을 가르쳤는데 이 일이 제 적성에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학원에 오게 되잖아요. 그 자체로도 뭔가 되게 기뻐요. 사람들이 미술을 좋아하는 모습이나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 그리는 걸 보면서 저도 자극받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성인들을 가르치는 게 가장 즐거워요.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나 대학교 입시를 대비해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 중고등 수강생과는 달리 대부분의 성인 수강생분은 정말 각자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거든요. 이번에 학원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는데, 전시회를 준비하는 성인 수강생분들이 열정에 가득 차서 일주일에 세 번씩 나오고 그러세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브런치 글 이미지 3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이 선택한 방법론에 따라 같은 작품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 또 창작하고자 하는 이의 생각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매력인 것 같아요. 영화를 예로 들면, 똑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라고 해도 영화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같은 영화를 봐도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모두 다를 때도 있고요. 영상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계기도 영화의 이런 면이 좋아서였어요. 영화나 영화 해석을 보면서 ‘이 메시지를 이렇게 표현하네?’, ‘이것까지 다 의도된 거였나?’, ‘이게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특히 영화 작가들이 어떤 인물에 투영해서 자신들의 속내에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해요.


    그림도 구상회화와 추상회화의 중간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해석할 거리가 가장 많거든요. 보자마자 표현한 바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그림들을 구상회화라고 하고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한 것이 아닌 자유로운 형식의 그림을 추상회화라고 해요. 앞으로는 미술사를 공부할 계획인데 그 이유도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과 이론의 탄생 배경을 더 잘 아는 채로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고 싶어서예요.




브런치 글 이미지 4


    미대생 민경 말고 대학생 민경을 생각해 보면…. 저는 대학생 시절이 사춘기였던 것 같아요. 20살 초반에는 엄청 활발하고 까부는 성격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제 성격에 대한 혼란을 느꼈거든요. 그 이후로는 내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단체 생활이 어렵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휴스꾸라는 단체는 정말 포근하고 편안하더라고요. 그간의 저와는 다르게 회의도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도 열정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예술대학 이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소중했고 모든 순간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학교 졸업과 함께 휴스꾸도 졸업하게 됐는데 부원들이랑 마지막으로 밥 먹은 날 정말 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집 가는 길에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라는 노래를 들었어요. 곡 중에 '이 미친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졸업하면 앞으로 못 볼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이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슬픈 마음이 좀 가시기도 했던 것 같아요. 활동 막바지에 특히 더 친해진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아쉬워요. 어떻게든 연이 닿아서 가끔은 만날 수 있었으면 해요.


어떤 계기로 휴스꾸 활동을 하게 된 거였어요?

    

    휴스꾸가 제공하는 인터뷰도 창작물이잖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은 창작물을 보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되게 옛날부터 휴스꾸를 알고 있었고 용기 내 지원했죠. 그래서인지 휴스꾸 면접 때, 면접관님께서 오히려 포토보다 인터뷰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왜 포토에 지원했냐는 질문을 했었어요. (웃음)




브런치 글 이미지 5


    포토로서 활동하면서는 사진을 찍는다는 게 정말 진솔한 행위라는 걸 느꼈어요.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거잖아요. 또 그 결과물은 제가 그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 순간을 솔직하게 담고 있기도 하고요. 사진은 찍는 이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감정이 잘 전달되는 매체인 것 같아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히 인터뷰이의 아우라를 담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인터뷰이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의 분위기를 독자분들께도 최대한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죠. 앞으로는 글로도 제가 좋았던 순간과 마음들을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6


    졸업이라는 말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슬프더라고요. 몇 년 동안 정을 붙인 공간을 떠나보내는 느낌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성균관대도 소중했지만, 혜화동을 참 좋아했어서 더 슬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는 학구열이 높고, 학원가로 가득한 곳이라 그에 비해 고즈넉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혜화가 좋더라고요. 나중에 혜화에서 살고 싶기도 한데 그날까지 예술인 이민경으로서 힘차게 나아가 봐야죠.






인터뷰어 수수 / 포토그래퍼 영랑

2025.03.07. 민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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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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