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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네이버 May 15. 2024

밥은 사랑이다

아내 없이 3주 살기: 밥 하기

"싫어 밥 안 먹어"

어렸을 적, 가끔 엄마가 밥을 먹으라 하면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

아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 나는 반찬 투정이 심한 아이였다.

"에휴, 저 초등 입맛" 결혼 후 아내는 종종 이런 나를 놀리고는 했다.

소시지, 햄을 유독 좋아했던 나는 지금도 여전히 초딩 입맛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내 없이 한 주를 그럭저럭 잘 보냈다. 스스로도 어깨를 두드리고 싶을 만큼 자부심이 생긴다.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어제 막내딸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학교를 가지 못 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딸아이가 쟁반을 쓱 내민다. "왜?"

"나 여기에 밥 먹고 싶어"


엄마가 없는 지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나 보다.

쟁반에 정성껏 밥을 차려 자기 앞에 놓아주길 바란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밥을 먹고 싶었던 것인지...


엄마 없는 빈지리를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나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

미역을 꺼내 물에 불려 국을 끓이고,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비롯 한국 무는 아니지만 나름 정성을 들여 담은 깍두기를

정성껏 쟁반에 담아

막내딸에게 진상을 했다.


고작 반찬이라고는 딸랑 깍두기와 김뿐이지만

딸아이는 "와 맛있네"를 남발하며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문득 어렸을 적 엄마가 해 주었던 흰 죽이 생각이 났다.

열이 펄펄 나고 아파서 제대로 밥조차 넘기지 못할 때

그 시절 엄마는 흰 죽을 끓어 어떻게든 먹으려 하셨다.


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는

연신 투정을 부리며 안 먹는다 떼를 쓰곤 했다.


비로소 지금에야 깨닫는다.

밥은 사랑이라는 것을...

밥 하나에도 자녀를 향한 한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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