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학교를 입학하고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군대에 와 있었다. 군대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할 수 있는 것이 책 읽는 것 뿐이라, 자연스럽게 책에 빠져들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덕분에 바깥으로만 내 시야를 넓히기 급급했던 시기에 책을 읽으면서 내 내면의 세상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22시 연등시간, 독서 연등을 신청하고 우연히 집어든 책 말머리에,
‘이루고싶은 버킷 리스트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봤다.
‘버킷리스트라…….’
그냥 시골을 벗어나고자 살아왔고, 해야 할 것 만 같은 것들을 하며 살아왔다.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건 없었다. 앞으로도 2년 남은 대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다니다가, 남들이 말하는 소위 영어 성적과, 학점 등 스펙들을 쌓으며 만족 할 만한 기업에 취직하거나 하면 되는 거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말미에, 갑자기 영문 모를 지루함이 몰려왔다.
‘살던 대로 잘 살아왔던 것’, ‘하고 싶은 리스트’가 아닌 ‘해야 할 리스트’를 하며 살아가는 것.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향들이 눈에 훤히 보였다. 갑자기 도박에 빠져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앞으로 10년간 향후 나의 인생이 그려졌다.
물론 이런 인생이 누군가가 평생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엔 내가 잘 살아가던 길에서 지금 한 번 방향을 틀지 못하면, 사람의 인생도 결국 관성이라 한번 이 길로 속도가 붙으면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 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길 앞에서 속도를 내고 싶어졌다.
사회적으로 해야했던 리스트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다양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잊고 있었던 어렸을 때 꿈인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이 떠올랐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까닭도, 지금까지의 여행도 이 꿈이 시발점이었다. 진천에서 많이 벗어나왔지만, 궁극적으로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던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 즉시 일기에 버킷리스트를 적는 페이지를 만들고,
‘1.외국에서 살아보기’를 적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가야 할까’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지만, 내 마음속에 든 방법은 딱 한 가지였다. 교환학생이나, 유학도 외국에서 살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였지만, 군대도 전역할 성인이
내 버킷리스트를 이루자고, 부모님의 힘을 빌려서 이루는 건 내 자존심에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힘으로 스스로 외국에서 살아봐야 이제까지 했던‘반쪽짜리 여행’이 아닌 ‘온전한 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1. 외국에서 살아보기 1. 워킹홀리데이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