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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Mar 23. 2023

외과계중환자실 대장꼬불이간호사 인터뷰

외과계중환자실 간호사의 솔직한 간호사 이야기.

이든 : 안녕하세요~ 중환자실 선생님은 처음 인터뷰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대장꼬불이 : 안녕하세요. 저는 외과계 중환자실 1에서 근무하고 있는 9년 차 간호사 대장꼬불이입니다.




이든 : 중환자실 인터뷰는 처음이라 오늘 굉장히 기대됩니다. 먼저 외과계 중환자실은 어떤 곳인가요?


대장꼬불이 : 제가 있는 외과계 중환자실은 주로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폐’팀 환자들의 수술 후 간호를 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중환자실 공사와 이사 등으로 침상이 개편되면서 신경외과와 신경과 중환자들을 받게 되어 신경계 중환자실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이든 : 설명 감사합니다. 그럼 외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장꼬불이 : 주로 환자를 직접 간호합니다. 저는 주말이나 나이트 근무에는 차지 간호사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간호할 때에는 다른 중환자실과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자의 활력징후들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있을 시 주치의에게 알린 후 약물을 조절하거나, 시행 가능한 비약물적 중재를 시행합니다. 수술 후 입실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가 안전하게 마취에서 깨어나 기관 내관을 발관할 수 있도록 돕고, 수술 후에 새로운 신경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이후에도 매시간 환자의 의식을 사정합니다. 차지 간호사로 근무할 때에는 환자의 입/퇴실을 조정하고, 환자를 담당하는 각 간호사들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합니다. 특히 응급이나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또는 신규간호사가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든 : 다른 사람들에게 외과계 중환자실을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장꼬불이 : 중환자실을 기준으로 답변 드리자면 흔히 생각하는 담당 환자의 수가 적고, 보호자를 응대하는 일이 적다는 것이 가장 표면적인 장점일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부서를 희망했을 때도 이런 이유가 한몫을 했었고요. 그리고 중환자실 근무를 희망했던 또 다른 이유는, 학부생 시절 실습을 하면 중환자실 출신 선생님들께는 항상 공통으로 어떤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직접 일을 해보니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만큼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듀티에 일하는 간호사 수가 병동보다 많기 때문에 도움을 구하기가 용이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서로 도우며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든 : 그렇군요. 제 주변에도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보면 굉장히 아는 것도 많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중환자실에 있는 분들은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업무를 할 때 주의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대장꼬불이 : 외과계 중환자실에는 주로 뇌혈관질환(뇌동맥류, 모야모야병 등) 수술, 뇌종양 제거 수술을 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입실하고, 그 외에도 척추질환, 뇌출혈, 심한 뇌경색, 뇌전증이 지속되는 status epilepticus, 자가면역성 뇌염 등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입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의식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IICP 증상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뇌출혈 등을 이유로 ICP를 중요하게 봐야 하는 환자의 경우 ICP monitoring 기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든 : 듣기만 해도 정말 어려운 일들이 많네요. 일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나요?


대장꼬불이 : 섬망이 있는 환자도 많고, 전두엽 종양 등으로 인해 성격 변화가 생긴 환자들도 있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환자의 진심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가끔 욕설을 하실 때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들이 직접 2~3시간마다 환자들의 자세 변경을 시행하는데, 치료 이유로 환자를 진정시킨 경우에는 오로지 간호사들의 힘으로 환자를 들어 옮겨야 합니다. 또한, 저희 부서의 경우 CT나 MRI 검사가 매우 잦아 환자 이동이 많은 편입니다. 환자를 직접 이송하지는 않지만, 이송을 위해 스트레쳐카로 환자를 옮기는 일 역시 간호사가 이송원과 함께 시행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허리나 손목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든 : 역시 현장에서 중환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네요. 그렇다면 한 듀티당 몇 명의 간호사가 일하나요?


대장꼬불이 : 한 듀티당 7~8명의 간호사가 일을 함께 합니다. 인원이 병동보다 많다 보니 어디든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 좋아요. 저는 병동 경험이 없다 보니 제 생각엔 병실에서 응급상황 시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못 도와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중환자실에서는 도와주세요 하면 우르르 와서 다들 도와주시거든요.





이든 : 인원이 많으니 그런 점은 정말 좋겠네요. 그리고 중환자실은 일이 힘들더라도 팀워크가 좋다고 들었어요.


대장꼬불이 : 맞아요. 같이 오래 손발을 맞춘 동료들과 함께하면 티키타카가 잘되니까 일이 수월하게 빨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팀워크가 좋으면 응급상황에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군 기록하고 다른 사람은 물건을 가져다주고 누군가는 액팅을 하며 각자 알아서 일을 맡아서 해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주치의도 간호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느껴져요. 병동 콜을 받았을 때는 평소 같이 일하며 보지 못한 화내는 모습을 보거나 할 때는 저도 조금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중환자의학과가 생겨서 중환자실에 계속 상주하는 교수님이 계시는데 같이 몇 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새로 턴을 돌아온 주치의들을 처음 교육할 때 ICU 간호사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 교육도 잘 해주셔서 간호사, 주치의 할 것 없이 팀으로 느끼며 일을 하고 있어요.




이든 : 중환자실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새롭게 느껴지네요.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대장꼬불이 : 재밌었던 일, 슬펐던 일 다양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 하나를 꺼내 보자면, 병동에 경찰이 출동했던 일입니다. 보통은 저희 병동 내 환자의 휴대폰 소지는 금지되어 있지만 alert 한 상태로 오래 계셔야 하는 상황이라 이 환자분께는 주의사항을 안내해 드리고 휴대폰을 소지하시도록 했었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지내며 섬망이 생긴 나머지 환자 본인이 소지한 휴대폰으로 병원에 갇혀있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셨습니다. 경찰 분들은 다시 저희 쪽에 전화를 하셔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셨지만, 일단 신고를 받았으면 꼭 출동을 해야 한다고 하여 병동에 경찰 분들이 출동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든 :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이네요! 그리고 중환자실이다 보니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서 일도 마음도 힘들었을 때가 있으실 것 같아요.


대장꼬불이 : 음... 맞아요. 전에 제가 맡은 환자분께서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따님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결혼식 이후에 수술을 하고 싶어 수술을 미뤘다가 뇌출혈이 생겨 중환자실에 오신 분이 계셨어요. 결혼식 당일 의식이 없는 환자분께 결혼식 상황을 영상통화로 보여드리고 환자 옆에 혼주 장갑을 다른 보호자께서 올려두셨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다음날 어싸인을 맡아 체위 변경을 하러 갔는데 그 장갑이 그대로 남아있더라고요. 그렇게 그날 돌아가셨는데 정말 슬펐어요. 어제도 특별히 문제 없이 말씀도 잘하시고 잘 지내시던 분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돌아가셨는데 아무래도 뇌 질환이 많다 보니 갑자기 그런 죽음을 마주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든 : 이야기를 듣는 저도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중환자실 간호사는 참 마음도 단단해야 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하는 일에 대해 한 줄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정의를 할 수 있을까요?


대장꼬불이 : "중환자의 안위(安慰)를 도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든 : 이 부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장꼬불이 : 일단 중환자실에서 일하려면 비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급하면 침상에서 간단한 시술/수술을 하기도 하고, 피가 나는 환자도 많고, 환자의 토사물이나 배설물 등도 직접 치워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외과계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에 주로 ‘빨리’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같은 응급상황이 생기더라도 외과계 쪽은 내과 쪽에 비해 조금 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고 시끄러운 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기저질환이 없거나 적은 환자들이고, 응급상황에서 빠르게 해결 한다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응급상황에서는 차분하되, 일 처리 시에는 조금은 급한 성격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든 : 중환자실을 원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추가로 선생님께서 프리셉터를 할 때 프리셉티에게 특히 어떤 부분을 강조하여 교육하시나요?


대장꼬불이 : 요즘은 ICU 단체 교육이 4주로 늘어나고 단체 교육에서 잘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오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프리셉터 부담이 많이 줄었는데 그런데도 실무를 실제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병동의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들을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특히 외과계라 환자가 자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환자를 받을 때, 보낼 때 체크할 부분을 알려주고 인공호흡기에 대해 주로 많이 교육합니다. 단체 교육 시 이론과 세팅 방법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저는 주로 실제 세트를 조립하고 알람에 대해 교육해요. 알람이 어떤 기계에서 어떻게 울리는지, 진짜 환자 상태 변화로 울리는 알람인지, 환자가 움직이거나 오류로 울린 알람인지를 감별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많고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제 어싸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선생님 환자라도 기계가 있으면 가서 보여줍니다. 연차가 낮을 때는 선배 어싸인 환자는 좋은 케이스가 있어도 보여주기 곤란할 때도 있는데 연차가 차고 나니 교육 할 때 어싸인이 아닌 환자 케이스도 많이 보여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중환자실은 자동으로 바이탈이 측정되는데 기록된 바이탈을 안 보는 신규 선생님들이 종종 있어요. 그래서 그러지 않도록 꼭 더 잘 보도록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이든 : 맞아요. 프리셉터 할 때 담당 환자가 아니더라도 교육 기간 내에 케이스가 다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팀 환자 케이스도 많이 보여주고 하죠. ㅎㅎ 외과계 중환자실에 일하며 스스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대장꼬불이 : 일단 일을 하면서 성격이 급해진 것은 있습니다ㅎㅎㅎ 이 점에 대해서는 부서의 다른 친구들도 공통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3교대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되긴 합니다. 수면의 질이 굉장히 떨어져요. 항상 이상한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잠시 한 달 동안 상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는 꿈을 거의 꾸지 않아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든 : 간호사를 하다 보면 성격이 급해진다는 말은 저도 공감이 되네요.ㅎㅎ 외과계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경력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으신가요?


대장꼬불이 : 처음 입사해서 교육을 받고 독립하면서는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친절한 간호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나는 거기에 더해서 똑똑한 간호사가 되어야지!’라는 야무진 꿈을 꿨었죠.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식이 당연하였고, 친절한 간호사가 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최근에 유퀴즈에 출연한 문상훈님이 유재석님께 쓴 편지에 있던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코로나로 막혔던 중환자실 면회도 다시 시작되는 만큼 마음을 다잡고 환자, 보호자뿐만 아니라 동료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경력과 관련해서는 한 부서에 처음 생각보다 오래 있게 되면서, 더 늦지 않게 넓은 경험을 쌓아야 할지, 여기서 더 파고들어 전문성을 높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일단은 제 성격이 변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이 자리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싶어 중환자 전문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든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간호사 일을 하며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대장꼬불이 : 뻔한 답변이겠지만 환자 상태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늦지 않게 필요한 조처를 하게 되었을 때, 좋지 않은 환자들이 잘 회복해서 병동에 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동료들과 병원 밖에서 식사하며 수다를 떨거나 함께 여행을 갔던 행복한 기억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칼퇴근할 때 아닐까요?ㅎㅎ




이든 : 맞아요. 저도 칼퇴근 할 때 정말 기쁘더라고요. 다들 비슷하네요! 선생님처럼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장꼬불이 :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억울하고 화나는 일들을 생각보다 많이 겪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소소한 감동으로 덮을 수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병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든 :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마무리 하며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대장꼬불이 : 간호의 길을 걷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저는 간호사가 행복해야 대상자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고, 행운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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