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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Apr 20. 2023

종양내과 연구간호사 인터뷰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는 어떤 일을 할까?


이든 : 안녕하세요! 해나 선생님. 오늘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나 : 안녕하세요!



이든 :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해나 : 안녕하세요, 저는 종양내과에서 1년 3개월을 근무했고 현재는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로 근무한 지 만 3년이 되는 연구간호사 해나입니다.



      


이든 : 종양내과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해나 : 저희 부서는 주로 폐암, 림프종, 흑색종, 비인두암, 뇌종양, 요로암에 관련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라고 해서 직접 연구실에서 들어가 화학물질을 만지면서 진행하는 연구는 아니고요, 주로 제약회사에서 개발 중인 항암제에 대해 임상연구가 필요하면 저희한테 의뢰를 주고, 저희는 프로토콜이라고 해서 일종에 연구 진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든 : 그렇군요. 연구간호사라고 하면 CRC를 많이 떠올리는데 CRA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해나 : CRA는 기관이 프로토콜에 따라 연구를 잘 수 행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감시하는 역할로 스폰서와 CRC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CRC는 실질적으로 연구를 시행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든 : 오 그렇군요. 해나 선생님은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해나 : 저는 연구간호사, 연구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어요. 앞에서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코디네이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 코디네이터는 쉽게 말해서 조정자의 역할이에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연구는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하는 건데 이 프로토콜이 모든 연구마다 달라요. 프로토콜 안에는 대상자 선정/제외기준, 방문주기, 투약 주기, 검사, 이상 반응에 대한 대처법 등 모든 세부 사항이 적혀있어요. 저희는 이걸 보고 대상자를 등록하고 일정에 맞춰 투약 및 검사를 진행하고 위급한 상황이 있으면 그것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든 : 종양내과 병동에서 일을 하셨는데 현재 연구간호사 일을 하면서 임상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해나 : 네 생각보다 많이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임상에서 봤던 환자들의 임상적 증상을 익혀두니 제 담당 환자를 볼 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연구에 오시는 분들이 표준치료를 받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그 표준치료들이 어떤 약물인지 아는데 종양내과 경험이 없으면 그 약을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해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워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업무에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이든 : 연구간호사도 팀 단위로 이루어지나요?


해나 : 네. 저의 경우 폐암 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폐암 팀에 배정된 교수님이 5-6명 됩니다. 교수님께서 연구를 따오시면 팀장님께서 보고 업무량에 따라 연구 프로젝트를 팀원들에게 분배해줍니다. 그래서 팀 안에 묶여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제가 어느 교수님 일을 받을지는 모르는 거죠.




      


이든 : 그렇군요. 선생님 덕분에 연구간호사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결 되네요. 주로 만나는 환자의 특징이나 주의할 점이 있나요?


해나 : 일단 암 환자이다 보니 대부분 다 불안함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아요. 매번 CT 촬영으로 항암제에 대해 반응평가를 하는 날이면 ‘이번에는 어떤가요 선생님...’ 하면서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여쭈어보셔요. 하지만 이럴 때 환자분 불안감을 완화하려고 저희가 임의로 결과를 말씀해 드리면 안 돼요. 어디까지나 그 영역은 ‘의사’의 영역이고, 교수님의 치료 방향과 엇나가는 말이라도 하면 교수님과 환자로부터 신뢰도 잃고 곤란한 상황이 될 거예요. 그냥 솔직하게 ‘제가 간호사라 판독은 못 해드려요, 교수님 진료실에서 자세한 설명 들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해주는 걸로도 충분해요.


이든 : 그렇죠. 아무래도 검사 결과나 진료에 대한 내용은 간호사의 권한이 아니니깐요. 일을 하시면서 힘드신 점은 없으신가요?


해나 : 음... 응급상황이 많다는 거예요... 제 근무 시간에만 응급상황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주말, 공휴일 가리지 않고 생길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는 갑자기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어요. 그 상황이 되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환자도, 보호자도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그 흔한 119를 불러야 한다는 것,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저희한테 전화해요.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시라고 안내해드리죠. 그래서 주말에도, 휴가를 내고 놀러 갈 때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요. 항상 온콜 대기 중인 거죠.

또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이렇게 일정을 짜주고 안내해드리고 응급상황에 대처법을 알려드리다 보니 저희를 일명 ‘personal nurse’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의 선을 넘는 부탁을 하시는 거죠. 그럴 때는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면서 마음고생하지 마시고 정중하게 거절하시면 됩니다.

이런 단점들을 생각하면 내 근무 시간이 끝나면 일이 딱! 끝나는 교대근무가 그리울 때도 있어요.





이든 : 24시간 연락이 오면 업무 핸드폰이 따로 있나요?


해나 : 업무 핸드폰을 따로 하시는 분도 계시고 저는 듀얼 번호를 사용해요. 업무폰을 하면 두 개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해서 저는 듀얼 넘버를 하는데 한 휴대폰에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것이 싫은 분들은 업무 핸드폰을 따로 하셔요. 기계는 각자 준비해야 하지만 통신비는 월급에 포함되어 나오기는 합니다.




이든 : 정말 일이라는 게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연구간호사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추천을 한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해나 : 일단 상근이라는 점! 아마 3교대에서 상근직으로 간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께서도 다 똑같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아요. 생체 리듬에 따라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근무 시간도 규칙적이다 보니 개인 스케줄 짜는데도 훨씬 수월하죠.

남들 다 똑같은 이유 말고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를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임상과 사무직 그 중간 언저리라는 거예요. 실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암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응급상황이 많아요. 약을 맞으시다가 과민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고, 갑자기 컨디션이 저하되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찾는 건 연구간호사예요. 그 상황에 대해서 이런저런 안내를 해주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 교수님, 제약회사에 연락을 하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마냥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닐 때도 많아요(맨날 만보는 기본 채웁니다.) 그래서 나는 사무직은 하고 싶은데 액팅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은 분들은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를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이든 : 연구간호사의 세계는 정말 또 새롭네요. 연구 간호사 선생님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나요?


해나 :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MBTI에서 J의 기질이 있는 분들이 많으셔요. 사실 J가 아니더라도 P인 사람도 J가 되게끔 하는 일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



      

이든 : 연구간호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고 들었어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해나 : 다른 병원은 제가 자세히 모르겠는데 제가 있는 곳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나 병원 소속이고 4대 보험이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어요.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 내규를 따라서 편의를 많이 봐주려고 하셔서 감사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월급은 비정규직이 더 많이 받지만 명절 보너스 외에 다른 보너스를 받진 않아요. 대신 업무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매달 더 받을 순 있어요. 정규직은 인센티브는 매달 받지는 않지만 병원에서 나오는 다른 직군과 같은 보너스나 각종 수당을 받아, 결과적으로는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이든 : 비정규직 분들은 인센티브가 있군요!


해나 : 네 많이 일하시고 많이 버는 분은 매달 50-60만원 정도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요. 대신 정말 많이 일합니다..^^




이든 : 연구간호사들끼리 일하는 업무 분위기는 어떤가요?


해나 : 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다 너무 좋습니다. 상하관계가 크게 없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편하게 의사소통하고 서로 모르는 것도 잘 알려주셔요. 올드 선생님도 예전에 했던 건 기억 못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저희한테 편하게 물어보시고 저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변에 물어보면 너도나도 알려주고 서로 도우면서 일하는 분위기에요.




이든 : 수평적인 문화는 정말 좋네요. 다음 질문입니다. 연구간호사로 일하며 기억나는 일이 있으신가요?


해나 : 저는 종양내과 병동에 근무하다 같은 병원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로 이직을 한 케이스예요. 그러다 보니 외래에서 낯익은 얼굴을 볼 때가 많죠. 언제는 교수님께서 제 연구에 한 환자를 보내주셨는데 제가 병동에서 뵙던 환자분인 거예요! 환자분은 간호사복을 입은 제 모습만 보셨고, 그것도 옛날이다 보니 저를 기억 못 하시긴 하더라고요.




이든 : 연구간호사를 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면 좋나요?


해나 : 의사소통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임상 연구에서 투약하고 데이터를 얻는 게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정말 많은 부서가 같이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환자, 보호자, 교수, 약사, CRA(임상시험 모니터 요원), 검사실, 제약회사 등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협력을 해야 하죠. 그러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가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상대가 하는 말의 의도를 내가 잘 모르겠을 때에는 넘겨짚지 말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해요. 일단 직접적으로 ‘항암제’가 ‘사람’한테 투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환자한테 해를 가할 수도 있답니다.





이든 : 임상에 있을 때와 연구간호사로 일할 때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들이 있나요?


해나 : 일단 병동에 있을 때보다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기니 제 삶을 좀 더 다채롭게 꾸미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투잡도 시도해보고, 블로그에 기록도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제일 좋은 건 고정된 시간에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는 거예요! 운동을 배우고 싶어도 고정된 스케줄이 아녀서 근무 시간이랑 겹치면 수업을 날렸을 텐데 이젠 제 의지만 있다면 빠지지 않고 완강을 할 수 있죠.




이든 : 그렇죠! 그런 부분은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구간호사를 하면서 경력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해나 : 사실 아직도 제 경력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제가 지금 연구간호사를 하고 있지만, 40대, 50대까지 계속하고 싶진 않거든요. 언젠가는 이직하고 싶은데 간호사가 병원을 나와서 갈 곳이 많다고는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가고 싶은 곳’이 별로 없어요. 임상을 너무 하기 싫어서 병원을 나왔는데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건 죄다 임상 간호사를 뽑는 공고이고, 상근하고 싶은데 상근하면 월급이 너무 적고... 간호사를 간호사 그대로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건 병원이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지만, 굳이 저희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까지 가고 싶진 않더라고요.



      


이든 : 간호사 일을 하며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해나 : 연구간호사 일을 하면서 결국은 해낼 때, 행복보다는 쾌감을 느끼고 있어요(도파민 중독자..). 스크리닝 기간이라고 해서 연구에 들어올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기간이 있어요. 이때 혈액검사, 영상평가, 조직검사 등 연구에서 요구하는 대로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확인해서 연구에 등록하게 되는 거죠. 저희 병원은 워낙 검사 대기가 많아서 검사 잡기가 힘든데 온갖 노력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다 끝내고 환자분이 무사히 첫 투약을 하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이든 : 연구 간호사로 일을 오래 하기 위해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해나 : 대범한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 직장이든 작은 실수 하나에도 심장 쿵쾅거리고 잠을 못 이룰 수 있는데요, 실수는 언제나 무섭고 두렵지만 그 감정을 오래 끌고 가지 않았으면 해요. 다른 거 생각 안 나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취미로 가지면 그런 마음을 넘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운동?





이든 :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해나 선생님께서 하는 일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해나 : 제가 전에 한국 임상 연구 코디네이터 CRC 회지 14호에서 본 건데요, 아직 잊히지 않고 저희가 하는 일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이러한 약품 설명서에 담기게 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이 일은 성과가 눈에 바로 보이는 일도 아니고, 그게 내 성과도 아녀서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은데 저 글을 보고 어떤 약을 사도 약품 설명서가 허투루 보이지 않고 나의 동료들이 힘들게 일한 결과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저도 나름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이든 : 감사합니다. 끝으로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해나 : eden님 덕분에 널스터뷰에까지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정말 영광입니다! 사실 저도 블로그에 연구간호사 관련해서 이모저모 적고 있는데 거기서 하지 못했던 말까지 전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좋았습니다. 일단 연구간호사에 관심이 생겼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뭐든지 내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깐요! 독자분들 중에 간호사로서 이룰 것 다 이루신 선배 간호사님이 계실 수도, 아니면 간호사를 준비하거나 이제 막 신규 간호사가 된 후배 간호사님이 계실 수도 있는데, 어디에 있든 항상 Stable 하시길 빕니다!





사진제공 : 해나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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