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으로 가는 길에 대해
1.
노무현의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열정은 가상하다 못해 위대했다. 그리고 20대 총선 결과는 지역주의 해소의 미약한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전라도에서 새누리 2석, 경상도에서 야당 다석, 우리는 변하고 있다.
2.
그런데 아직도 출신을 보고, 이념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광주야? 그럼 좌파(혹은 진보)겠네", "대구 사람? 그럼 우익이겠네"라며 단순한 사고를 한다. 이것 뿐이겠는가, 인터넷에선 서로 좌좀이니, 우좀이니 싸우기 바쁘다. 그렇다면 나는 더민주를 지지하기 때문에 좌좀인가? 아니다,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버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기에 수꼴인가? 아니다, 이번에 2번 찍으셨고, 예전에 노무현을 찍었었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아버지랑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경북출신이라서, 새누리당 지지자라서 대화를 안 하거나, 상종 못할 인간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새누리 지지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4.
"호남의 지지를 얻어야만 이길 수 있다.". 뭐 일리가 있는 말이다. 호남의 지지를 얻으면 힘이 되지. 그런데 무슨 촉한정통론, 호남정통론도 아니고, 호남 지지 없으면 대통령하면 안 되나? 그럼 반대로 영남 지지는 없어도 됩니까? 그럴거면 그냥 호남국가 따로 만들고, 영남국가 따로 만들지, 뭣하러 우린 같은 나라에 살고있는 걸까.
5.
우리는 보수와 대화해야 한다. 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반대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사람은 당연히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출신에 따라, 그 지역 풍토에 따라 정치적 이념 또한 다를 수 있다. 이걸 당연하다고 여겨야지, '새누리 지지자는 안 돼', '민주당 지지자는 안 돼'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야 말로 민주주의가 아니다.
6.
우리끼리 웃고, 떠들고 하는 우리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연의 확장이란 그런 것이다. 마음맞는 사람끼리가 아닌,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끼리도 대화의 길을 열어 놓는 것이다. 우리끼리 듣기 좋은 말만해서는 어떠한 발전도 없다. 공감받지 못하는 소수는 도태된다. 그리고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소수도 도태된다.
7.
우리는 노인들과 대화해야 한다. 우리는 젊은이들과 대화해야 한다. 우리는 여성들과 대화해야 하며, 남성들과도 대화해야 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서 남자와 여자를 나누고, 20대와 60대를 나누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면 뭐가 남을까? 우리는 보수와 대화해야 하고, 진보와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통일'을 얘기할 자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