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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Nov 18. 2021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잡다한 생각에 잠을 깬 나를 위하여 바친다. 

요즘 듣고 있는 오디오북에서 우울하다면 글을 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올렸던 시기들도 참 많이 우울했던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 스스로 나의 우울을 치유하는 방편으로 브런치를 선택했던 것이다. 스스로 본능적으로... 


최근 몇 달 나는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다. 

4년간 폐암 투병을 하던 친정아버지를 보내드리고 

그리고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두 다리에 화상을 입고 투병을 했다. 

그 사이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돌보아야 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심에 우울해 하는 친정어머니를 케어해야 했다. 그리고 1인 기업인 나의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부분에 대한 힘듦은 아직 현실감이 없다. 2주에 한번씩 서울에 올라오시는 친정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다녀야 하는 것이 오롯이 나의 몫이기에 그 부분에 대한 적응이 나를 더 바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일과 아이돌봄은 뒷전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할거면 사업을 접으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던 찰나에 입주해 있던 지원센터에서 갑자기 계약을 더 이상 해 줄 수 없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이제 사무실도 구해야 한다. 


어제는 사무실을 구하기 위한 지원서를 막 닥쳐서 쓰려고 하니 세상 그 무엇보다 하기 싫은 지원서 쓰는 일을 반나절을 하고 퇴근을 했다. 길은 너무 막혔다. 학원을 가야 하는 아들이 저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화가 왔다. 최근 너무 자주 라면을 먹으라고 했기에 오늘은 저녁밥을 차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원서 작성과 함께 직원 면접 미팅이 늦게 잡혀있었던지라 그것도 생각되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준비해 두었던 음식 재료를 가지고 혼자서 밥을 해먹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막히는 차 안에서 전화로 어떻게 하라고 설명하는 원격 식사 준비였다. 그렇게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1시간을 달려오니 집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그래도 아들은 그 속에서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특하고 미안했다. 


학원 셔틀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밥을  다 먹게 하고 나니 기운이 빠진다.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니 일어 나기가 싫다. 곧이어 남편이 퇴근한다. 식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짜증을 낼 남편이 보기 싫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대충 식사를 준비해 준다. 


짜증이 밀려온다. 나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 걸까??? 


하루의 일과 마무리는 언제나 아들의 저녁식사 준비에 대한 숙제가 남는 느낌이다. 

시켜도 주고 사서도 주고 하지만 그 모든 것도 결국 내가 해야 한다. 

일하다가도 저녁은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후다닥 퇴근 준비를 하고 급하게 전화를 하고 집으로 오는 날들이 쌓이니 화가 난다. 


남편은 일상의 변화가 없다. 도리어 저녁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화를 낸다. 그게 뭐 얼마나 힘든일이라고 미리 말해주는 것을 잊어버리냐고 한다. 


함께 일을 해도 결국 육아와 식사에 대한 부담감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남편은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도 나는 일을 하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어쩌면 나 스스로 내가 옳아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일들이 모두 내 몫이 되어 버릴까 두렵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감이 무력해질까 두렵다. 

일을 하지 않아서 우울할바에는 차라리 일을 해서 힘든게 더 낫지 않을까? 


그보다 나의 더 큰 문제는 완벽주의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아들과 함께 재택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점심 식사를 챙겨 주기 위함이다. 

일주일은 아들이 자가격리 대상이 되어서 온라인 수업도 없는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그냥 혼자 내버려둘 수 없어서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밥을 챙겨 먹고 나는 일을 하고 아들은 혼자 공부를 했다. 하지만 혼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런 아들을 다독이며 공부를 시키고 또 그 옆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오는 시기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가니 다시 수능 때문에 2주의 온라인 수업 스캐쥴이 나왔다. 그렇게 또 아들과 2주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폭발한다.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열어놓고 유투브를 본다. 냉정하게 이야기 해 아들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도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땐  그것에 오롯이 집중하는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라이브가 아닌 다음엔... 


하지만 내가 누구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고 이렇게 밥 차려 주려고 집에서 재택을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폭발을 했다. 극도로... 


그 폭발 이후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정말 처음으로... 몇 시간 동안 분노 게이지가 극도로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간신히 분노를 삭히고 평정심을 찾았다. 이 모든게 나의 완벽주의에서 기인함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들을 더 이상 내 틀 속에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식사를 챙겨주는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인가 보다. 그것도 나의 완벽주의에서 기인하는 것인듯하다. 


일을하면서도 아들 밥은 손수 챙겨주는 엄마이고 싶다는 나의 바램... 

괜찮은 엄마이고 싶은 나의 말도 안되는 바램. 

하지만 아들 밥을 챙겨주려면 나는 일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과연 아들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아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까? 


가만히 일주일을 살펴보면 아들 학원 시간 때문에 내가 저녁을 반드시 챙겨주어야 하는 날은 두어번이다.

그 나머지 날엔 6시 정도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해도 무방하다. 학원을 나는 날엔 4시나 5시에 퇴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왜 그 두어번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과연 나의 힘듦이 그 저녁을 차려 주어야 하는 강박이 다인걸까? 


회사 일도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의 상속에 대한 복잡한 정리 문제도 한 몫을 하는 것일것이다. 그리고 아직 다 낫지 않은 나의 화상 치료 및 치료비 문제도 거기에 더해질 것이다. 


회사는 이제 막 성장을 하려고 하는 단계이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직원도 뽑으려고 하는 상황인데 사무실을 옮겨야 하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요 며칠 위가 아파 잠을 깬다. 그리고 피곤하다. 약을 먹어도 잘 듣지를 않는다. 스트레스 때문이리라. 

좀 내려 놓고 싶다. 무엇이 근원적인 문제일까? 


나는 일 중독이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버지 병간호 문제가 붉어지기 전까지는 적당한 일의 강도로 즐거웠다. 하지만 몇 달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니 지금 회사 상태는 엉망이다. 그걸 정상화 시키려고 보니 일은 쌓이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은근히 밀려온다.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나는 그 시간을 만들기에 물리적으로 힘이든다. 

집과 사무실의 거리가 멀다. 재택은 그리 효율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 

그래.. 사무실을 집 근처로 옮기자. 

정말 꼭 아들 밥을 챙겨 주고 싶다면 그게 좋겠다. 


임대료가 들어가더라도 나의 정신과 건강을 위해서 투자하자. 

남아 있는 더 긴 인생의 여정을 위하여... 


오늘은 즐겁게 사무실을 투어해보리라... 

내가 벌고 있는 수입에서 이 정도는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그러자고 돈 버는 거 아닐까? 

너무 아끼지 말고.. 

내가 임대료를 쓴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도 아니고 내가 무능력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기관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아서 성장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나를 위한 충전을 하고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도약으로 생각하자... 


이제 나도 3년차를 잘 넘기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 


앞으로 10년 더 멋지게 일을 하려면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긴 글을 다시 읽고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것도 함박웃음이.. 

그래 이현미 바로 그거야...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홧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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