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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예술의 도시

파리를 걷다, 예술을 만나다

by 바람처럼

“엄마, 점심 먹기 전에 산책이나 갈까?”


어제가 꿈만 같았는데, 딸은 아침을 먹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침 식사는 언제나처럼 간단하다. 마켓에서 사 온 과일과 요구르트,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소소한 제품들. 이만 원 정도면 삼일은 넉넉히 보내니, 꽤 알뜰한 여행이다.

의외로 과일은 값도, 맛도 만족스럽다. 완전 최고!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우리가 나설 즈음 멈추었다.

버스로 여섯 정거장을 지나 내렸다. 작은 맛집에서 에그타르트를 사 들고 보주 광장으로 들어섰다.

가을이 먼저 와서 반긴다.


“엄마, 길 건너에 빅토르 위고의 집이 있어.”


“정말? 지난번엔 헤밍웨이랑 빅토르 위고가 다녔다는, 단골 카페에서 차를 마셨는데… 집이 여기였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길은 이미 길을 건넌다.

화려한 물건들로 채워진 집 안을 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음… 꽤 부자였네.”


『레 미제라블』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가 살던 공간은 또렷하게 남는다.


다시 광장으로 나와 의자에 앉는다.

사람들을 구경한다. 참 다양하고, 참 평화롭다.

노숙자와 시민이 어울려 한 풍경을 만든다.

가을은 공원 가득 넘실거린다.


다시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멋진 건물 속 사람들도 하나같이 멋이 넘친다.

걷다 보니 근처에 박물관이 하나 더 있었다.

카르나발레 박물관. 파리의 역사를 담은 곳.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

호텔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해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니, 1989년에 문을 열었다고 했다.


여기는 또 왜 이렇게 멋진 걸까?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고, 조용한 시민들이 그림처럼 오간다.

소란함은 없고, 어디서든 기품이 흐른다.

화장실마저 고급지고 쾌적했다.


조금 더 걷자, 낯선 건물이 또 눈에 들어온다.

사회단체 관련 시설 같아 보였지만, 들어가도 괜찮단다.

“메르시,” 하고 웃어 보이니 문이 열린다.

이 도시, 참 묘하다.


천천히 돌아보다가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걷는 길 어디서든, 사진 한 장이면 작품이 되는 도시.

드디어 레스토랑 입성. 전통 있는 곳에서 전식, 본식, 후식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를 두 시간 넘게 천천히 즐겼다.

정말 파리다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어제는 프랑스의 서머타임이 끝나는 날.

“그럼 오늘은 한 시간 더 번 거야?”

버스를 타도, 택시를 타도, 걸어도 숙소까지는 15분.

그렇다면 당연히 걷는 걸 선택한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파리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그리고,

내일 또 한 편의 여행기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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