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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의 장미

새벽부터, 여행을 시작하다

by 바람처럼


해뜨기 전 택시를 불렀다.

오늘 일정은 그야말로 강행군, 상상을 초월했다.


트로카데로 역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간식을 준비하고 출발~

가이드는 말했다.

"프랑스 사람들의 2박 3일 일정을 하루 만에 소화하는 대단하신 분들, 바로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이죠!"

그땐 웃었지만, 곧 이해했다.


파리의 날씨는 제주를 꼭 닮았다.

하루를 온전히 예측할 수 없는 곳.

우산을 쓰고 지베르니에서, 모네의 정원을 돌며.

카미유와 앨리스 모네삶을 따라 걸었다. 사는 건 누구에게나 사연이 넘치는 법.

하물며, 한 시대를 장식한 빛나는 예술가 모네라면 오죽할까.


모네의 집 앞에서 엄청 맛있는 핫도그 하나 사서 둘이 나눠 먹었다.

프랑스는 정말 스케일부터 다르다.

건물도, 음식도, 농지도 상상을 초월해 ~ 둘이 먹어도 배 부를 정도인 핫도그라니,



밖에서 뉴스로만 접하던 프랑스.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오묘한 세계에 젖어드는 나를 발견한다.


고흐의 마을로 향하는 길, 하늘이 맑아졌다.

모네와는 달리, 불우했던 고흐의 삶.

그를 잘 알지 못했을 땐 기괴한 예술가쯤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따뜻하고 그릇이 큰 사람,

세상을 감당하기엔 너무 순수한 사람이었다.

세속에 물들지 못해 더 외로웠던, 맑은 영혼.


짧지만 깊었던 그의 생을 떠올리며 마음이 시렸다.

그래도, 그의 곁엔 동생 테오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서 고흐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거지.

고갱과의 만남도 떠올리면 미소 짓게 되고...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아, 정말 고마워.

특히, 우리 딸. 사랑해~~^^


귀족들이 즐겼다는 미뉴에트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도착한 베르사유 궁전.

먼저 그 크기에 놀라고, 인파에 또 놀라며 정원으로 향했다.


곳곳에 누워 있는 조각 신들이 아름다웠다.

정원 안에 카페가 있고, 호수가 있고, 배도 타고ᆢ.

걷고 또 걷다 결국 꼬마기차에 올랐다.

레일도 없는 공원을 털털 대며 도는 꼬마 기차.

덕분에 궁전정원을 완벽하게 다 돌아볼 수 있었다.

터벅터벅, 하루 만에 이 거대한 정원을걷는다는 건

정말 무리.


버스비보다 비싼 꼬마기차!

역시 프랑스는 부자가 될 수밖에 없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있으니.


1차 산업부터 4차까지 자급자족형 국가.

그래서 콧대가 세다던가.

그래! 사람도, 나라도, 홀로 서기가 가능해야 해.


이곳에 오며 본 그림 같은 농지에도 놀랐다.

그런데 프랑스는 농업인이 전체의 2%밖에 안된다니, 게다가 그들은 억수로 부자란다.

우리나라의 농부들을 떠올리며 살짝 짠해졌다.

나도, 농업인이긴 하지. ㅋㅋㅋ


이제 늦었으니 서둘러 궁전 안을 보기로.

루브르 박물관보다 더 거대한 궁전을,

인파에 밀려 '거울의 방'까지 왔다.

프랑스 자존심의 결정체 같은 공간.

오후 햇살이 어찌나 맑은지.

역시 우리는 날씨요정!

그런데 함께 온 이도 자기는 날씨 요정이라며 그의 딸과 웃었다. 난 또 우리만 그런 줄~~^^


비몽사몽 끝에 다시 처음 만났던 장소로 돌아왔다.

가이드가 소개해준 음식점으로 향했다.

중국집인데 국수가 아주 맛있다며,

비욘세도 즐겨 찾는 곳이라 했다.


같은 동양인이라고 한 번 더 챙겨준, 친절한 사장님께 감사하며

저녁을 먹고, 마켓에 들리며.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택시와 연결.


택시를 기다리며 바라본 에펠탑.

불이 켜지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가 도착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파리는 어디에 있어도 에펠탑이 눈에 들어왔다.

그 빛처럼 반짝이며 숨어있는, 내일의 비밀도 모른 채

나는 이미 기절상태.



숨겨진 비밀은 다음 회에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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