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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한 번 더 돌아보는 샹젤리제 거리

달콤한 인생, 씁쓸함까지도

by 바람처럼

가볍게 당 충전 후,

개선문을 지나 샹젤리제로 향했다.

여행은 준비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들 하지.

그 말, 이제는 알 것 같다.


걸음을 옮기다 문득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그의 황당한 말들이 생각났고,

어쩌면 그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공감이 밀려왔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감정.

그게 ‘이해’라는 걸 접한 뒤부터였을까.

생각과 공감 사이의 간극은 참 오묘하다.


"인생은 원래가 말썽이고,

죽어야만 끝난다.

허리띠 풀고 말썽을 찾아다니는 게 인생이다."

—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

우리 삶이라니, 참... 맞는 말 같기도.


그래도 이번 여행,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나를 돌아보고, 딸을 이해하고,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 시간.


조금은 더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다고 손사래 치던 마카롱조차,

이젠 “아~ 맛있네” 하며 웃게 되고

사치라며 손가락질하던 명품 앞에서도

‘괜찮네~’ 하고 수긍하는 나.


여긴 정말, 마카롱도 과하지 않고

빵도 맛있어.

따끈한 베이커리가 이렇게

진한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가마솥에서 막 푹 퍼낸 쌀밥 같은 위로랄까?


화려한 샹젤리제 거리의 인파와

숙소 근처의 고요한 골목 사이가

고작 5분 거리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꿈같은 파리의 시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잠시 멈춰 나를 바라보는 시


한입 베어 문

마카롱 하나에

눈물이 고이고


바삭한 크루아상 속

구겨 넣은 나날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사치도, 행복도,

이해도

모두 여행의 다른 이름


돌아가면

또 열심히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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