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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n 27. 2022

엄마 그거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엄마는 처음이라서


평범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을 무렵, 우리 부부에게도 행복이 찾아왔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싶어지어 준 태명, 쑥쑥이. 쑥쑥이는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무럭무럭 크기 시작했고, 약 10개월간의 길고 긴 여정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태어났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난 엄마가 되었다.




내 인생 2n 년 차. 그리 오래 살아오진 않았지만 나름 이것저것 여러 직업들을 경험해봤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가정의 둘째 딸로 태어나 초등학교 부반장, 미화부장, 동아리 부장 같이 그 시절 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역할도 해보고 IT 회사 프로그래머부터 반도체 유통업체 영업지원, 마케팅 부서 사원 까지. 성인이 된 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엄마?

글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였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특히나 갓 산고의 고통을 이긴 산모에겐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으니. 더군다나 요즘 같은 온라인 대 공화국 시대에 모르는 게 없지 않은가. 그러니 엄마 역할도 일단 해보다 모르면 인터넷에 물어보면 되겠지 싶었다. 실제로 조리원에 있는 기간 내내 각종 시청각 자료를 보며 엄마의 역할과 육아에 대해 공부했었는데 여담이지만 대학 입시 공부를 이렇게 했었다면 서울대는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된 육아 스터디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온 첫날. 본격적인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느낌에 다소 상기된 기분을 가라 앉히며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삐-삑. 도어락이 열리며 기계음이 한 차례 울리고 나니 몇 주만에 보는 집이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때, 도어락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응애~하며 칭얼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아닌가. 조리원에서 연마했던 엄마 교육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초보엄마의 험난한 육아일기가 막을 올렸다.




“응애~!!”


집에 와 잠시 칭얼거리다 잠에 들었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바로 아기 침대로 달려가니 눈은 질끈 감고 얼굴은 새빨개진 채 목청껏 울고 있었다. 배가 고픈가 싶어 모유를 줘봐도 도리도리. 기저귀를 갈아봐도 울음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연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안아주던 그때,


“꺼억!”


아이 입에서 시원한 트림 소리가 나왔다. 속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크고 우렁찬 용트림을   편안한 모습으로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아기침대에 눕혀두었다. . 한숨 돌리려나 싶은 찰나, 또다시 아이가 있는   너머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허겁지겁 달려가 꽁꽁 싸맨 속싸개를 풀어보니 이번엔 기저귀에 파란선이 그어져 있었다.(몇몇 기저귀 브랜드에 있는 용변 확인 기능으로 아이가 대소변을 보면 노란색 선이 파랗게 변함) 그렇다.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소리였다.


다 같은 울음소리인데 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게 다양한 지. 애도 답답하고 엄마 아빠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차라리 말을 해줬으면 좋으련만 생후 14일 차 신생아의 말은 고작 울음소리 “응애”. 초보 부모에겐 이보다 난해한 언어는 없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서 치열했던 육아가 끝이 나는  싶었다. 긴장이 사르르 녹으면서 피곤이 찾아오니 그제야 지쳐 널부러져 있는 남편의 몰골이 보였다. 다음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을 먼저 자게 한 뒤 수유를 하고 밀린 집안일까지 끝냈다. 자, 이제 자는 일만 남았네!


그러나 아이는 진짜 육아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 밤 11시. 그동안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봐주시느라 몰랐었던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다. 신생아에게 낮밤은 없다는 걸.


문득 아파트 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한 새벽까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 그거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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