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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05. 2022

어서 오세요, 산후우울증의 세계에

나는 없을 줄 알았지


굳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산후우울증'에 대해 다들 들어봤을 테다. 각종 관리가 몸에 배어있는 여자 연예인들도 이 것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며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산후우울증, 도대체 그게 뭐길래 엄마들이 이토록 전전긍긍하는 것 일까? 아무 생각 없던 임산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6주 사이에 경험하는 우울감과 불안, 불면 들 우울한 감정을 통 들어 칭하는 병명이다. 심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위험할 뿐만 아니라 출산 후 1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코로나 펜데믹만큼이나 끈질기고 집요하다. 또한 산후우울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갑작스러운 호르몬의 변화, 환경의 변화가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출산을 경험하는 산모들이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필수 관문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인 나로서는 산후우울증은 없을 거라 믿었다. 설령 있더라 해도 의학적 도움 없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믿고 믿었건만,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내 마음의 '이상 징후'가 하나씩 드러났다.




내가 처음 경험한 산후우울증의 증상은 조절되지 않는 우울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감은 이상한 포인트에서 시작되었다.


남편, 조리원 동기 없이 혼자 지낸 조리원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산후우울증의 시작은 조리원에서부터 인 것 같다. 당시 조리원에 있을 당시 약 40주 동안 동고동락했던 산과 담당의와 작별(?)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쳤었는데 결혼식 때도, 아이 낳을 때도 울지 않았던 사람이 울다니. 누가 보면 그동안 담당의와 꽤나 친하게 지냈나 보다 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사와 산모. 공과 사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사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 이때부터 평소와 다르다는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이라 외부인 면회도 자유롭지 않고 남편과 떨어져 일주일을 혼자 지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며 별 거 아닌 일로 치부했었다. 거기다 직접 경험해 본 엄마들은 안다는 살인적인 조리원 스케줄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시기였으니까. 무튼 그 뒤로 한참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듯 하다 심한 우울 증상을 겪고 난 뒤, 난 그제야 산후우울증이 왔음을 인정하게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별 거 아닌 이유에 울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포인트에 자괴감을 느껴 울기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을까. 이제 속이 시원하니 그만 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세상에, 눈물이 안 멈추네? 아무런 이유 없이 마구 흐르는 눈물은 생애 처음이었다. 


그렇게 눈물은 해가 지고 동이 틀 때까지 주룩주룩 흘렀고 눈이 팅팅 불고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씩 그치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막무가내로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가 낯설고 무섭고 두려웠다. 



심각성을 느끼고 해 본 산후우울증 테스트 결과


그 후 난 산후우울증은 의지로 이겨낼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의학적인 도움을 받기 전 남편과 상의하여 산후우울증 극복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글쓰기라는 취미 생활을 가지며 노력했는데 불행 중 다행히도 이러한 노력이 하늘에 닿은 건지, 우울감을 어느 정도 극복하여 지금의 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없을 거라는 초산모의 오만한 자신감을 근거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내렸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직접 아이를 낳고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모를 일이겠지. 물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후우울증이 오지 않는 산모는 없다 생각한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출산 이후 변하는 몸과 일상에 따라 마음도 병이 드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출산 후 흐르는 모유, 돌아오지 않는 튼살과 몸매, 그리고 변한 나의 사회적 위치, 뒤죽박죽 엉망이 된 생활 패턴 등.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가히 '미치지 않고서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니 갑자기 엄마된 우리가 할 일은 '육아공부'도 좋지만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마음공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있어야 아이가 있고,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니 말이다. 어차피 한 번쯤 겪는다는 산후우울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고는 차마 못하겠다. 이토록 힘든 일인데 어떻게 즐길 수가 있겠는가.

그저 내 편과 함께 최선을 다해 우울감을 떨쳐 내려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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