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아맘소영 Jul 25. 2022

너의 첫 사회생활을 응원해!

어린이집 등원 시작


'엄마, 지루해요!'


아직 말을 못 하는 아이는 바디랭귀지로 자신의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음마~음마~ 신경질 적인 옹알이는 기본이고 이유 없이 엄마에게 치댄다. 얼굴을 잡아 뜯기도 하며 티셔츠를 만지작 거리다 목덜미를 늘려놓기 일수다. 그러다 엄마가 안아주면 오히려 달아나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게 바로 내 아이의 지루하다는 의사표현이다. 그칠 줄 모르는 칭얼거림과 얼굴 잡아 뜯기를 몇 번 겪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해도 진이 다 빠진다.


결국 아이의 지루함을 못 견딘 엄마는 무더운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선다. 유일하게 아이가 조용한 순간이다. 유모차에 앉기만 하면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 나무들을 보기 위해 목이 앞으로 마중 나오는데 그게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 집에서 노는 게 지루했구나.


엄마가 놀아주는 것 만으로는 아이의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시기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출산 전부터 아이를 돌까지 가정보육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단지 주변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후, 때때로 몸이 힘들 땐 나도 모르게 어린이집 등원을 알아보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노는 애가 뭐할라고"라는 말이 들려왔다. 육아휴직 중이라 아직 직장에 소속되어 있긴 하나 남들이 보기엔 그저 '노는 전업주부' 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노는 애라고? 아 잠재적 실업자니까 맞을 지도.


아무튼 이렇게 주변에서 일찍 어린이집을 보내면 나쁜 엄마로 치부해버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정보육을 고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어린이집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초보 엄마의 가정보육에 대한 고집은 아이의 지루함이 절정을 찍은 생후 8개월 만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장난감에 방치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 그래, 집에서 제대로 놀아주지 못할 거면 어린이집에서 놀게 하자.


결국 엄마는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었다.




다행히 출산 후 미리 어린이집 예약을 걸어 놨기 때문에 대기 없이 바로 등원할 수 있었다. 등원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긴 뒤 어린이집으로 향했고 담당 선생님과의 적응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곳이라 낯설어할 줄 알았던 아이는 걱정과 다르게 이것저것 장난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약간 울먹거리긴 했으나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적응 기간을 짧게 가진 뒤 본격적인 등원을 시작했다.




약 두 달여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이는 오전 9시 30분에 등원해 오후 3시 30분, 6시간 동안 있는다. 그리고 그중 3시간은 낮잠을 자고 오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진작 보낼 걸 왜 지금 보냈는지 후회가 될 만큼 만족스럽다. 우선 들쭉날쭉했던 낮잠, 밥 스케줄이 규칙적으로 맞춰져 가정보육이 훨씬 편해졌다. 주말에도 어린이집 스케줄과 동일하게 보육하면 무탈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아이의 발달이 놀라울 만큼 눈에 띄기 시작했다. 등원하기 전 아침과 하원 후 오후의 모습이 달랐다. 옹알이 가짓수가 늘기도 하고 갑자기 벽을 잡고 옆으로 걷기를 시작했고 웃고 우는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으며 가끔은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고 왔는지 밤잠을 일찍 들기도 해 엄마 아빠에게 자유시간을 선사한다.





물론 어린이집으로 인해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아이뿐만이 아니다. 엄마 또한 현재 주체적인 삶을 보내고 있는데 낮시간 동안 엄마의 시간이 생겨, 살림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고 남는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요즘 난 그 시간에 프리랜서 외주 건을 찾거나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기도 한다. 육아휴직이기 때문에 용돈벌이 수준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무언갈 하고 있다는 게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와 주변의 걱정과 다르게 사회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지내는 중이다. 어쩌면 엄마보다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보는 것,  또한 엄마가 되어 경험해보니  수 있었던 사실이 아닐까.







 







이전 11화 아기 매트 시공은 사드세요...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