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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16. 2022

아기 매트 시공은 사드세요...제발

비싼덴 이유가 있습니다, 암요.

"~은 사드세요...제발"이라는 유행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는 유튜브에서 약 1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크리에이터 '승우 아빠'의 유튜브 영상 제목에서 비롯된 밈(meme)이다. 재치 있는 입담과 요리실력으로 채널이 흥하면서 신박한 제목이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최근 요리 영상을 검색해보다 뒤늦게 승우 아빠의 사드세요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있는 나는, 팬심을 가득 담아 유행어를 제목으로 사용해보았다. 그나저나 매트는 먹는 게 아닌데 사 먹으라니 당최 뭔 소리인지. 이 괴랄한(?) 제목의 속 뜻을 이해하기 위해선 남편과 아기 매트 시공을 하던 날로 되돌아가야 한다.




한 번 기어가기 스킬을 터득한 아이는 온 집안을 무릎으로 헤집고 다녔다. 시시때때로 일어나서 옆으로 걷기도 하는데 그렇게 쿵쿵 거릴 수가 없다. 거기다 일어섰다 바닥으로 앉을 땐 집 전체가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어지간한 성인 발망치 보다 더 강력한 엉덩이 망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나중에 걷기 시작하면 날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니 아기 매트는 필수 아닌 필수라나?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아기 매트를 아직 설치 안 한 집은 있어도 아예 안 깔은 집은 없었다. 아직 설치 안 한 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트 시공하는 게 꽤 귀찮고 피곤한 일이라고 한다. 선배 엄마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매트 시공만 생각하면 과제나 숙제할 때처럼 한 없이 미루고만 싶더랬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밤낮 구분 없이 엉덩이 망치질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렇게 곧바로 아기 매트 시공을 알아봤다.






보통 매트 시공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된다. 업체에 매트 시공을 맡기는 경우, 셀프로 직접 매트 시공을 하는 경우, 시중에 파는 아기 매트 단품들을 펼쳐 놓는 경우. 우리는 고민한 끝에 셀프 시공을 선택했는데 주된 이유는 일단 업체에 맡기는 건 예산이 안 맞기도 했고 셀프 시공이 꽤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또 거실만 시공하려 했기에 간단한 작업으로 생각 했다. 사려고 하는 매트 길이를 따져보니 거실 너비가 롤 매트 길이와 비슷해서 특별히 추가 재단해야 되는 일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매트를 주문하고 나니 대망의 시공 당일이 찾아왔다.




시공 당일이 되니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겨났다. 우선 가장 든든한 조수인 남편의 건강상태였다. 아이로부터 옮은 장염 때문에 2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됐고 그 덕에 작업시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은 아이의 존재였다. 거실에 매트를 깔아야 되다 보니 장난감부터 거실장, 소파 등 온갖 물건과 가구들을 옮겼다 놔야 했는데 아이가 계속해서 거실을 돌아다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보행기에 가둬(?) 두었지만 오히려 쌩쌩 엄마 아빠를 쫓아다녔더랬다. 



마지막으로는 거실의 세부 면적이었다. 대체적으로 가로, 세로가 깔끔하게 떨어졌으나 작은 부분에는 콩알만 한 홈이 보였다. 사실 엉성한 재단도 한몫했지만. 무튼 여길 재단해서 채워 넣자니 지저분한 느낌이 들 것 같아 내버려 두었다. 그 결과 작은 생활 속 먼지와 이물질이 그 사이로 들어가 청소가 번거로워졌다. 



셀프시공이 끝난 직후


우여곡절 끝에 아기 매트의 시공이 끝났다. 약 두 시간이 걸린 것 치고 이렇게 엉성할 수가 없다. 그나마 재단이 깔끔하지 못한 곳은 소파나 거실장으로 가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아기 셀프 성장 앨범 촬영은 추억이라도 남았지 셀프 매트 시공은 삐뚤삐뚤한 재단과 홈만 남게 된 듯하다.


그러니 아직 고민만 하고 계시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 아빠분들이 계시다면,
아기 매트는 사드세요...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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