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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13. 2022

아이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

쉽게 보다 큰코 다쳤습니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먼 산을 내다보며 하염없이 남편 퇴근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날에 변화를 줄 때가 왔음을 느꼈다. 생판 처음 들어 보는 타지에 와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 겪었지만 절묘하게 코로나 시국이 겹치는 바람에 흔한 동네 친구조차 없었다. 거기다 임산부 일 땐 임산부라서, 출산 후 엔 갓난아기가 있어서 라는 난제로 인해 낯선 이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일상으로 스며든 지금.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지루한 일상을 탈피할 '노오력'을 할 때가 온 것이다.




평소 혼자 카페 가는 일을 즐겨 함


사실 지극히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나는 혼자서 하는 일이 더 익숙하다. 혼자서 카페 가기부터 노래방, 음식점 등 어지간한 곳도 혼자서 잘도 가는 편. 하지만 그런 내가 엄마가 된 후 친구 사귀기에 열정을 갖게 된 건 아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왜 첫째보다 둘째, 셋째가 말도 일찍 트고 발달이 빠르다 하지 않는 가. 그 이유는 바로 형제들 때문이라고 한다. 또래가 하는 말과 행동이 자극이 되고 놀이가 되고 이는 엄마(이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그러니 형제자매가 있는 엄마들은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나처럼 첫째를 키우는 초보 엄마들은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아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본격적인 아이 친구 사귀기에 돌입했다. 우선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니 어린이집 친구들은 패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SNS의 순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지역 맘 카페에 들어가 구인구직 글을 올리는 사장님처럼 아이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아이의 성별과 개월 수, 그다음 사는 지역과 엄마의 나이를 정성껏 적었다. 내가 사는 곳은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동네라 엄마들이 많은 편이다. 거기에 맘 카페까지 활성화되어 있으니 친구를 구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초보 엄마가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아이들은 같은 년생 이더라도 개월 수에 따라 발달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함께 어울려 놀려면 발달이 비슷해야 아이들도 좋고 엄마들도 편하다고 한다. 거기다 아기들은 같은 개월 수라도 어떤 아이는 기고 어떤 아이는 누워만 있는 등 발달 사항이 다르다. 이런 걸림돌 때문에 핫한 맘 카페 일지라도 내 아이와 비슷한 친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다음 작용한 건 지역과 엄마들의 나이 차이였다. 지역이 멀면 자차가 없는 경우 만나기 어려우니 패스. 엄마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엄마들끼리 재미가 없기에 패스. 더군다나 평균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30대 초반인 걸 감안하면 20대 중후반 첫째 아이를 둔 엄마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는 일과 비슷했다.



맘 카페에서 쓰디쓴 경험을 한 뒤,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문화센터였다. 자고로 문화센터는 각 강좌가 특정 개월 수에 맞는 아이들만 들을 수 있다. 거기다 그 안에서 같이 어울리고 노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지겠지?라는 기대감을 안고 수강신청 버튼을 눌렀다. 아이 친구 사귀기가 주 목적인 엄마는 강좌에 대한 관심 보단 수강인원이 몇 명인지가 더 궁금했다. 


부푼 가슴을 안고 등교한 문화센터. 방구석에서 아이와 지루한 씨름을 하고 있던 엄마와 아이는 신세계를 맛봤다.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빽빽한 스케줄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아이의 작은 눈이 이리도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집에서 몸으로 때우는 놀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자본주의의 맛(?)을 본 엄마는 그 뒤로 지금까지 문화센터를 등록하고 있다. 



아, 그래서 아이 친구 사귀기에 성공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참히 실패했다.  


앞서 말한 이야기에 복선이 있었는데 아무 강좌를 신청한 엄마의 실수였다. 3개월 과정으로 이루어진 강좌였는데 내가 프로그램 말미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무리를 형성한 엄마들 모임에 새내기 초보 엄마는 자신 있게 합류할 수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친해지고 말을 걸 수 있을까 눈치 보기 급급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나 그분들도 이미 친해진 모임에 둘러온 돌은 필요 없어 보였다. 




아이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고 나니 허망한 기분이 앞섰다. 당장 "21년생 소띠 친구 구해요"라는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가 프리허그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싶었으나 남편이 만류) 아무래도 아이 친구 만들기는 엄마 능력 밖의 영역인 듯하다. 조급해하는 내게 아는 분 무심코 건넨 이야기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생긴다고. 기를 쓰고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어긋나는 게 인연이라고. 초보엄마는 더 이상 조바심 내지 않고 다가오는 인연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엄마의 '노오력'은 이만하면 충분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근데 아이 친구는 언제쯤 생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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