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막내딸과 함께 일식집에서 외식을 했다. 딸아이가 주문한 미소라멘이 나오고, 내가 주문한 돈카츠카레가 나오고, 마지막에 남편이 주문한 모둠카츠가 나왔다.
라멘과 돈카츠카레도 맛있어 보였지만, 남편의 모둠카츠는 입장하는 순간부터 겉바속촉의 황홀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압도적인 자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일반 돈카츠 집에서 보기 힘든 큰 사이즈의 새우튀김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도 저거 시킬걸.
카레가 맛있는데도 자꾸만 남편의 접시로 시선이 향했다. 남편이 라멘을 맛있게 먹는 딸아이한테 자신의 접시에 담긴 걸 하나씩 먹어보라고 했다. 됐다고 하는데도 계속 권한다. 나한테는 권하지 않는다.
딸아이는 남편의 접시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치즈카츠만 먹었다. 남편이 새우튀김을 집어 배부르다는 딸아이한테 내밀었다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먹기 싫다는 딸 말고 나한테 달라는 말은 속에서만 맴돈다. 이제 남편은 저 새우튀김을 나한테 줄까, 아니면 자기가 먹을까.
새우튀김을 곁눈질하면서 내 카레를 먹고 있는데, 남편이 새우튀김을 집은 젓가락을 내 앞에 내밀었다. 입가에 미소가 돌면서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온다.
"난 배불러. 자기 먹어."
남편이 고개를 흔들면서 새우튀김을 더 앞으로 내민다. 나는 마지못한 듯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남편이 나한테 자주 했던 말,
"왜 나는 안 챙기고 애들만 챙겨?"
그러면 나는,
"자기가 애야? 엄마가 자식 챙기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질투하냐."
그런데 그날의 나는,
"왜 나는 안 챙기고 딸내미만 챙겨?"
라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