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_ 그 힘으로 또 살아가보자

두 번째 한 달 살기를 마치며

by 클로드

2026년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우리의 두 번째 한 달 살기가 끝났다.




귀국한 지 꼬박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아이는 오늘 초등학교 4학년의 첫날을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부쩍 긴장했는지 아침밥도 겨우 몇 술만 뜨고 일어났다. 그런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너는 더 어려운 것도 해냈어. 방학 때 낯선 쿠알라룸푸르의 학교 생활도 잘 해냈잖아. 이번에도 걱정보다 훨씬 수월하고 즐거울 거야.”


긴장하는 아이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나도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을 몹시 하는 데다가, 미리 걱정부터 하는 성격이니까. 그래서 새 학기를 앞둔 아이의 마음이 더 짠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알았다. 우리는 어려운 일에 첨벙 뛰어들었고, 이번에도 잘 해내고 돌아왔다는 것을.




한 달 살기는 말 그대로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것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낯선 곳에 나를 데려가 긴 여행인 듯 새로운 일상인 듯 살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떠나보는 이유는 여행을 길게 해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한 달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에 더 가까웠다. 다른 곳에 가면 다르게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그 로망을 펼쳐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한복판의 삶이긴 했지만, 그만큼 많고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사방에서 밀려들어오고 나는 그들을 열심히 눈에 담았다. 다양성은 생김새와 옷차림뿐 아니라 식당, 마트, 각종 상점들에서도 느껴졌다. 각국의 명절과 축제를 다 함께 즐긴다는 말처럼 1월 초까지 있었던 크리스마스 장식은 어느새 붉은색의 화려한 중국 설 장식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결정한 이번 한 달 살기의 컨셉 '다양성에 풍덩 빠져보기'처럼 나는 아이와 함께 새로움을 보고, 듣고, 맛보며 두 발로 열심히 걸어 다녔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지났다. 한 달 살기는 이제 점점 멀어져 가는 과거가 되었다. 있던 곳을 떠나온다는 것, 현재가 과거가 된다는 것을 '한 달'이라는 단위 시간에 집중해서 살아보니 그 어느 때보다 여실히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은 넘긴 책장과 같다는 것을.


그 시간이 끝나고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과거의 경험은 무엇이 되어줄까? 좋은 추억, 넓어진 경험치. 이 또한 충분히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것을 기대해보고 싶다. 용기. 생각으로 그친 게 아닌 직접 뛰어들어서 가보고 말해보고 부딪혀본 일들. 그때의 용기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디딤돌이 되어주면 좋겠다. 두려워 망설여지는 일들에 첫 발을 보다 가볍게 떼어주는 힘이 되면 좋겠다. 예기치 못한 일 앞에 침착하게 마음을 바로 세워주고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주는 힘이 되면 좋겠다. 결국 내가 잘 살아내야 하는 삶은 돌아온 이곳에서의 삶이니까. 삶은 뒤가 아닌 앞으로 펼쳐지는 거니까.


오늘 아침 아이를 안아주며 건넨 말.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잘 해냈으니,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그 말은 아이를 감싸 안고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러니 두려워만 하지 마. 모험도 한 번 해봐.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떠올리며, 그것이 가져다 줄 풍요로움을 기대하며.

걱정하는 일 보다 좋은 일들이 더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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