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도마뱀 찾기

알면 보이는 것

by 클로드

아이의 꿈은 곤충, 파충류 전문가. 유튜버 정브르님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아이는 그동안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나트랑의 어느 리조트를 꼽는다. 그 이유는 나무 곳곳에 도마뱀이, 숙소 안으로도 도마뱀이 들어온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도 따뜻한 기후로 작은 생물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 이건 마치 강남 한복판에서 도마뱀 찾기 같은 일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쿠알라룸푸르 중심가는 화려한 빌딩과 엄청난 교통량에 바삐 돌아가는 도시였다.




하루는 이곳에 살고 있는 대학 선배를 만나 식사 자리를 가졌다. 어른들의 대화 속에 심심해하던 아이에게 선배가 말을 건넸다

"쿠알라룸푸르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봐~"

"여기에도 도마뱀이 있어요?"

"도마뱀? 있지~ 저녁때 건물 벽에 붙어있어. 너희 지내고 있는 건물에도 있을걸?"


그 후 도마뱀을 찾기 위한 우리의 저녁 산책이 시작되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는 대신 동네 길을 따라 쭉 걸었다. 건물 벽을 주시하며.


그때 높다란 벽에 길쭉하게 붙어있는 누군가!

"우와, 도마뱀이다!"

정말로 도마뱀이 있었다. 이 도시 한복판에, 나무도 아닌 건물 외벽에 말이다. 한 마리를 발견하니 이윽고 두 마리 세 마리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느 치과 광고판에는 대여섯 마리가 가득 모여있어서 우리는 그곳을 도마뱀 치과라고 불렀다.


아이는 말 그대로 폴짝 뛰어오르며 신이 났다. 삼촌 말이 맞았다고, 정말 도마뱀이 있었다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눈에 보인다고 신기해했다.

알면 보이는 것. 아는 만큼 보이는 것. 나 역시 그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일주일 넘게 매일 다니던 길인데 그동안에는 안 보이던 도마뱀이 이렇게 눈앞에 등장하다니. 역시 행운이란 그걸 찾는 사람, 알아보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일까!


그 후 우리는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마다 건물 벽에 붙은 도마뱀들을 세며 걸었다. 파충류라면 일단 꺼려하는 마음부터 들던 나도 작고 귀여운 이 아이들을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발바닥의 접지력을 자랑하며 벽에 딱 붙어서, 어떤 날은 슈슈슉 빠르게 움직이며 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낮시간에 얘네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 숨어있다가 해가 지면 이렇게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대답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듯, 한 달 살기를 마치던 날 아침 우리는 마지막으로 도마뱀을 만났다. 숙소 체크아웃 전에 간단히 아침을 먹으려고 찾은 식당 야외석에서 저 위 외벽에 남아있는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어디론가 들어갔는데 혼자 늦잠을 잔 모양이라고 즐거워하며 그 친구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침을 먹는 사이 몇 발 자국 움직이더니 벽과 천장이 만나는 틈새에서 한참을 머무르고 있었다. 어젯밤이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했던 도마뱀을 다시 만난 아침. 쿠알라룸푸르를 떠나기 직전에 만난 우리들의 밤 산책 친구. 한 달을 머물던 곳을 떠나며 마땅히 인사 나눌 사람은 없었지만, 이 작은 친구에게 안녕을 고했다.


잘 지내, 잘 살아. 안녕.


한국에 온 지금, 해가 진 후 바깥을 다닐 때면 나도 모르게 외벽을 향해 고개를 올려다본다.

습관, 혹시나 하는 마음, 어쩌면 안부. 그 모든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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