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쓴 인플루언서

좁았던 나의 선입견

by 클로드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가장 이국적으로 다가온 것은 히잡을 쓴 여성들이었다. 지나가는 여성의 절반쯤이 히잡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만큼 이곳에 무지했다.




히잡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착용하는 복장으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가리는 데 사용된다. 종교, 문화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나라마다 가리는 정도, 선택과 규제의 여부에 차이가 있다.


천을 머리 위에서부터 둘러서 정확히 얼굴만 보이도록, 머리카락은 물론 귀와 목까지 가려진 그 복장을 매일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았다. 그녀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쇼핑몰, 지하철, 마주치는 군중들, 식당의 손님, 스타벅스의 점원, 그리고 병원의 의사.


처음에는 그녀들을 신기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흘끗흘끗 보았다. 나와 다른 복장이라는 게 이색적이었고, 규범을 따라 머리카락을 철저히 가린 엄숙함이 조금은 두려웠다. 혹시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이 더운 기후 속에서 땀을 흘리며 답답해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혼자 해버린 섣부른 선입견은 바로 행동에 있었다. 사람으로 몹시 붐비는 속에서 그녀들은 환하게 웃고, 옆의 일행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과도, 심지어 남성과도 매우 쾌활하게 이야기를 했다. 연인과 허리에 손을 두르며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다른 여성들처럼 사람들과 어울렸고, 쇼핑몰에서 가방을 열심히 고르거나 화장품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심지어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다른 평범한 여성들이 하는 행동을 이들에게서 보며 신기해했다. 그것이 나의 선입견이었다. 히잡을 쓴 여성은 어딘지 모르게 절제되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 표정과 말, 목소리의 크기, 행동의 반경이 작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지식도 근거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녀들도 나와 같았다. 내가 마주한 그녀들은 히잡으로 얼굴만 보여서인지 오히려 표정이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활짝 웃고 있었고, 화장도 무척 화사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한 티가 났다. 생기 있고 아름다웠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으로 쿠알라룸푸르 현지 정보를 찾다 보면 히잡을 쓴 인플루언서들을 보게 된다. 복장만 다를 뿐, 그녀들도 여느 인플루언서처럼 화려하고 에너지 넘쳤다. 그 모습 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건 내가 은연중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로 다가왔다.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녀들의 헤어스타일은 감춰져 있지만, 다양한 색과 패턴의 히잡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옷의 컬러와 어우러지게 매칭한 센스도 보였다. 머리를 묶어도 다니다 보면 금세 흐트러져있는 나와 달리 머리와 목에 두른 그녀들의 히잡에는 견고한 우아함이 있었다.

샵에서는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히잡들이 좌르륵 걸려있었다.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흐르듯 실크로 휘감은 마네킹은 어릴 적 보던 알리바바 동화 속 공주 같았다. 이 세계에서도 아름다움은 추구되고 있었고, 패션은 존재하고 있었다.




같은 여성이지만 신기했던 그녀들. 알고 보면 내가 아는 여성들과 다를 바 없는 그녀들. 그것은 하나의 복장이고 종교적 문화일 뿐 그 외 다른 것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체 근거 없는 나의 선입견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문득 부끄러웠다. 왜 다를 것이라 생각했을까. 왜 복장이 그밖에 다른 많은 것들을 규정지을 거라고 여겼을까.


중요한 건 히잡이 아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어떤 이는 내게 무뚝뚝했고, 어떤 이는 상냥했다. 기억에 남는 어떤 이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내게 작가냐고 물어봐주었다. 히잡은 그저 복장일 뿐,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다양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았다. 히잡을 쓰건, 쓰지 않건.


한 달의 시간이 흐르며 나는 점차 그 안의 얼굴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와 다른 복장이나 외모가 아닌, 표정과 말투에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순간 내 앞의 사람이 그려내는 것. 내가 마주하고 소통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것임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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