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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곤 May 12. 2023

9. 명품의 고장, 이탈리아엔 성당들도 ‘급’이 있다?

교환학생과 이탈리아, 이탈리아 성당들의 차이

1. 점심시간, 교내 카페테리아. 입 안에 피자를 욱여넣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다. 어서 오라고 밝게 인사하는 제네로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들고 잠자코 친구가 먹는 피자를 바라봤다. 학교 카페테리아 안에 피자 판매대가 있는데,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피자 한 판을 반죽해 오븐에 구워주는 데 정말 맛있다. 친구들은 각자 캐리어를 하나씩 옆에 두고 있었다. 몸덩이 하나는 족히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캐리어는 명백한 사실을 하나 명시한다. 친구들은 오늘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는 것이다. 왜? 오늘 수업이 끝나면 가을방학이 시작된다.


2. 친구들은 움브리아, 베니스, 브레시아, 란차노, 페라라 등 각자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퀄리티 타임을 보낼 거라고 했다. 퀄리티 타임(Qulity time)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넓은 의미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단어인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밀라노 두오모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함께 돌아보기로 했다. 수업을 다 듣고 우린 함께 지하철을 탔고, 금방 두오모에 도착했다.


3. 이탈리아 친구들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두오모에 오니, 매번 한국인들과 내지는 혼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성당을 접하는데, 지역마다 성당의 이름과 생김새가 매우 다른 걸 볼 수 있다. 밀라노는 두오모, 어떤 성당은 바실리카, 또 키에사로 불린다. 왜 이렇게 성당들은 다르게 불리며, 그 차이는 뭘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 이유를 말해줬다. 바로 이탈리아 성당에도 급수가 있고, 급수에 따라 크게 바실리카(Basilica), 두오모(Duomo), 키에사(Chiesa)로 나눠 그 차이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4. 먼저, 바실리카는 고대 로마의 공공건축 양식에서 기원한 단어다. 건물 안 홀 양쪽에 기둥들이 늘어서 있어 중앙 홀과 양옆 회랑이 구분되는 양식의 건축물을 ‘바실리카’라고 불렀단다. 현재는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에서 교회법에 따라,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거나 위대한 성인 및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성당에 ‘바실리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이름이 붙은 성당은 교황, 추기경, 총대주교를 위해 대제단 Baldacchino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와 특별사면권이 주어진다.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비롯한 4개의 바실리카가 있다.


5. 다음으로 두오모는 라틴어로 ‘집’을 뜻하는 domus에서 비롯했다. 가톨릭에서는 교구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교구는 주로 지역별로 구분되고 관할은 주교가 하는데, 두오모는 각 교구의 중심 성당이자 주교가 사는 성당을 일컫는다. 한국인에겐 이 두오모가 가장 친숙한 호칭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왔던 피렌체 두오모, 패션의 성지인 밀라노 두오모를 떠올리게 된다. 많은 관광객은 영어의 Dome(지붕)과 혼동하여 두오모는 무조건 둥근 지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둥근 지붕은 쿠폴라(Cupola)라고 부른다.


6. 마지막으로, 키에사는 쉽게 말해 동네 성당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 가톨릭에서는 교구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교구 안에 동네별로 성당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탈리아인은 주말에 동네 성당에 가족과 함께 가서 기도하고, 공휴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도 주로 키에사를 중심으로 한단다. 그런 동네에 자리한 성당의 이름에 붙는 명칭이 바로 키에사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세 가지 성당들이 다 존재할까?


7. 아니다. 한국에 바실리카는 없고, 두오모와 키에사만 존재한다. 서울의 명동성당과 각 지방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 두오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두오모에서는 이탈리아처럼 종탑과 세례당을 볼 수가 없다. 이탈리아의 두오모는 갖추고 있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세례당과 종탑이다. 플로렌스, 즉 피렌체의 두오모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림같이 화려한 피렌체의 두오모는 그 옆에 조토의 종탑을 거느리고 있고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산 조반니 세례당이 자리하고 있다. 키에사에 해당하는 성당들로는 각 지방 동네의 이름을 딴 성당들이 있다.


8. 친구들은 사람이 엄청 많고, 혼란스럽다며 밀라노가 싫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밀라노 두오모의 역사에 대해 말하며 자국 랜드마크 자랑을 마다하지 않았다. 과연 밀라노의 랜드마크로 불릴만했다. 랜드마크는 여행객이 처음 있던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표식을 의미하며, 이제는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랜드마크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경제적 효과도 발생시킨다. 역사의 혼이 담겨 있는 밀라노 두오모는 경이로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뭘까? 남산타워? 롯데타워? 경복궁?’ 친구들과 두오모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 조용히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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