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그토록 바라던 방송기자가 됐어요:)
1. 겨우내 기다리던 10월이에요. 인디언 달력에서 10월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큰 밤 따는 달’로 묘사합니다.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서도, 또 겨울이 왔나 하면 미풍에 실린 태양에 못 이겨 아침에 입었던 외투를 벗게 되죠. 2년 전 10월에는 해경 독도수호대 군 복무를 만기 전역하며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은 게 기억나는데, 2023년의 10월은 평생 기억하고 마음에 품을 것 같아요. 쑥스럽지만, 제가 드디어 지상파 방송사 기자직 공채 전형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정말 가고 싶던 방송사여서 더 기쁜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참 좋아하시고, 많은 가까운 지인분께 진심 가득한 축하도 받았어요.
2. 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보러 와주시고, 또 라이크와 함께 댓글도 달아주신 구독자분께도 참 감사해요. 사실 여러분께 고백하자면, 타 방송사 최종 면접에서 몇 번의 불합격을 맞이하곤 불안하기도 했어요. ‘에이, 다들 2년은 잡고 메이저에 도전하니까, 거기까지 간 것만 해도 대단해. 아직 개정 전의 한국 나이로 치면 스물다섯, 졸업도 안 했고 어리니까 경험 삼아 시험 봐봐’ 하고 어떤 이들은 저를 위로하기도 했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티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참패로 끝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뭘, 왜 하겠다는 거야?’하고 신경질이 났죠. 잠들기 전에는 한숨을 내쉬며 실망하기도 했고, 김칫국을 아니, 남몰래 침대맡에서 김장까지 한 적도 많았어요.
3. 최종 불합격 소식을 몇 번 접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최종 합격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 가족의 사랑 덕분이고, 또 교환학생을 하면서, 유엔 전문 기구에서 인턴을 하면서 제가 한 경험들과 그 그리운 마음들이 새로운 날들을 떠받치는 활력소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이 떠 있어도, 유일한 해만큼 밝지 못하잖아요. 저의 경우로는 아무리 많은 지인이 있어도,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아는 것만큼 제 삶에 행복을 주진 못하거든요. 꾸준히 저를 응원해 주고 저의 편이 되어준 분들에게 참 감사드려요. 여러분께서는 첫 취업을 하셨을 때의 감정이 기억나세요?
4. 저는 살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한 하루며, 정말이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행복해요. 역시 겉으로 남들에게 티는 안 내지만요. 뭐가 됐든, 어딜 가든, 하늘의 구름은 고흐가 하늘 위에서 오로지 저만을 위해 임파스토 기법으로 찍어낸 물감 덩어리 작품 같고, 어디에 잠시 앉으면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황금 삼각의자 위에 앉아 신탁을 전하는 무녀처럼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은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오전엔 도로 연수도 받고, 오늘은 새 차도 계약했어요. 모든 게 새로운 시작이며,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 그토록 간절히 바라 온 꿈이니까.
5. 그리고 갑자기 브런치스토리 글을 쓰다 생각난 건데요. 앞으로 살면서도 이 습관을 꼭 가지고 싶어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속상할 때 일부러라도 하면 일이 수월해지더라고요. 군 생활할 때 2주 내외동안 독도로 출항하면, 휴대전화도 없이 배에만 있으니 선임들이 출항하고 힘들다고 욕하거나, 직원들이 넌 짜증이 안 나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아, 지금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감히 군인에게 국가에서 공짜로 크루즈 여행시켜 주는 데 정말 행복합니다. 제 주제에 독도도 지키고 기가 막힙니다.”라고 말했더니, 웃으면서 너는 왜 항상 긍정적이냐 묻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다 이렇게 저를 강하게 길러주신 부모님 덕분이었고, 망망대해 위에서 가족이 그리울 때면 상황들을 노트에 그리거나 썼어요. 보여드리기 부끄럽고 유치한 만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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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귀엽죠? 이상한가요? 크크. 첫 사회생활에 겁도 나지만, 우리 모두 좋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주저앉지 말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가보자고요!
어른이 되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신념들과 꿈들이 매서운 현실 앞에서 무참히 무너질 때도, 저 자신은 무너지지 않게 늘 사랑과 믿음으로 아들을 응원해 주신 엄마~ 그리고 아빠~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꿈을 드디어 이뤘어요. 기쁜 합격 소식에도 저처럼 붕 뜨기보다는, 오버하지 말고 늘 겸손하라고 하시는 두 분과 묵묵히 제 품에 안겨 있는 카리. 우리 가족의 사랑은 항상 변치 않고, 평생 영원하리라 믿어요. 예전에 본 엄마의 눈에서 떨어졌던 눈물방울을 기억해요. 그 눈물 속에 저의 심장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또 저의 눈물, 땀에는 두 분의 사랑이 항상 녹아있다는 걸 명심할게요. 그렇게 점점 긍정적이고 이로운 어른이 되어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