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한 시간 정도는 뜻 없이 흘러 보내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또 어떤 이는 이 한 시간으로 무엇을 하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면 한자라도 더 보거나 외울 수 있는 시간 이기도하고, 어떤 이에게는 아주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전쟁에 있어 한 시간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되기도 하고, 인공위성을 쏘면 궤도에 정착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안 오는 잠을 재우기 위한 아주 기나긴 시간이 되기도 하고, 오는 잠을 참으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지옥 같은 시간이 될 수 있으며,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역경에 처해 있는 사람,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나, 아이들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즉, 무엇이 생성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될 수 있고, 사멸되는데 드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 에게는 아주 긴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하면 너무도 짧은 시간이어서, 이 시간에 무엇을 해라는 거냐고 말 할 수도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누구는 자투리(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 남은 천의 조각,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거나 적은 조각)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쓸모없는 시간이라는 말이 되는데, 다른 것은 다 자투리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시간만큼은 자투리란 말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자투리 인생이라고 하면 무엇을 말할까, 성공하고, 목표를 달성해서 그 다음은 많은 일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기간을 말할까, 아니면 무언가 뜻대로 살지 못해서 조금은 억울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그런 인생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주 나에게 필요한, 아니 중요한 시간 일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한 시간은 이를 대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으로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 한 시간은 너무도 큰 시간임을 새로이 느끼고 있다. 나는 월요일 8시 30분부터 토요일 한 시까지 근무한다. 그런데 월요일은 오후 6시까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5시까지, 토요일은 격주로 쉬기도 한다(작년엔 없었음). 월요일의 6시까지, 그 외의 5시까지 근무, 이 시간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시간 차이 인데도 6시까지의 근무는 어쩐지 힘들고 지겨운 마음이 드는데, 5시 퇴근은 언제 끝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월요일 근무를 마치면 이번 주 일은 끝났다는 아주 큰 위로감이 다가선다.
한 시간이면 깜빡 졸 수도 있고, 이웃도시까지 운전을 해 일을 볼 수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아침에 하지 못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도 그럴것이 월요일은 휴식시간(1-2시)이 끝이 나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을 더 근무해야 하는데 언제 시간이 갈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화요일은 휴식 시간 후 3시간만 근무하면 하루를 접을 수 있어 아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2시에서 3시까지는 환자들이 점심시간 끝나기를 기다리다 갑갑했을 터라 약국에 빨리 약을 타서 집으로 갈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면 쉽게 시간이 흘러가고, 3시 넘으면 각 병동이나 내시경실에서 사용한 마약을 정산하면 또 쉽게 시간이 흘러가고, 때에 따라서는 항암제 조제가 처방되면 이를 조제하거나 하면 4시 안팎으로 되고, 잠시 하루 일을 마무리하면 금방 5시가 된다. 모두들 칼퇴를 원하기 때문에 5시는 어쩌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다. 여기에서 또 한 시간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답답할까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은 휴일의 뒷날이라 환자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숨 쉴 틈 없이 정신없는데 오후에 또 4시간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느낌이 찾아온다. 그래서 월요일 근무가 끝나면 1주일 근무가 끝나는 것 같은 즐거움이 따라온다.
6시에 끝나고 나면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은 듯한 감각인데, 5시에 끝나면,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시부터 8시까지는 색소폰 학원에 갈 수 있고, 혹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준비하거나 교정할 수 있으며, 정원 관리도하며 덩굴장미랑, 초롱꽃, 패랭이꽃, 이제 갓 열린 바이올렛 킹도 손 볼 수 있고, 정원의 파라솔 안에서 집사람이랑 꽃과 더불어 맛있는 국수도 먹을 수 있다. 6시에 끝나면 어둠이 다가서고, 사물 식별도 어중간해서 좇기 듯한 시간이 되어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다.
누구에게나 시간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필요한 것만큼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일을 하는데 3시간이 필요한데 한 시간밖에 없으면 그 일을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을 하다가 원만큼은 이정도면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야 일을 중단하거나, 끝맺거나, 다음에 하거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한 시간 정도의 비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특히 여행할 경우 KTX나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에게는 강의 사이에 한 시간 정도의 비는 시간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동을 할 때 조그마한 문고판 책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평소에는 시간이 잘 나지 않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책들을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집중하여 읽기도 한다. 그냥 시간을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고, 되돌아오지 않으니까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생들에게는 많이 강조해 왔지만, 비는 시간에 몇 사람씩 모여서 외국어 회화를 연습하라고 일러 왔다. 비는 시간에는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는, 어쩌면 인생함수*1)에 입력을 해보아도 그다지 큰 효능을 볼 수 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대학에서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다. 친구들도 사귀고, 뜨거운 사랑도 해보고 싶고, 자신에 대하여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기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을 매일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짬이 나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회화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어 독해는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한 시간으로 해결하기에는 좀 무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이고, 숨쉬기도 힘든데 한 시간정도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시간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다. 시간은 그냥 흘러 보내기 아쉬운데 한 시간을 쉬어서 에너지로 보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것 같고,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휴식 없이 급하게 일을 진행하면 실수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時間)이라는 말은 절(日 + 寺)에 해가 있는 틈(間)으로 풀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의 절은 대부분 산에 있어 해가 늦게 떠오른다. 또 산이라 해가 일찍 지는데, 이 사이에 스님은 아주 바쁘게 움직인다. 예불로부터 시작하여 발우공양을 하고, 화두에 따른 명상을 하고, 자신의 덕도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아랫동네 시주를 다녀오면 거의 하루 해가 진다. 그래서 시간은 바삐 사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변화하기 때문에 이 변화에 따라가는 것, 변화에 몸을 싣는 것이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변화에 동승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시간을 미분(微分)하면 순간, 찰나가 될 것 같고, 적분(積分)하면 역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때의 변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삶 그자체가 시간의 흐름이고, 시간의 적분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삶은 7차 함수*2)로 귀결되고 이 함수 위에서 우리는 춤을 추고 있다.
7차 함수는 6개의 꼭지점을 가지고 있는데, 3개는 위로, 다른 3개는 아래에 형성된다. 그래서 3번 정도의 성취할 수 있는 기회와 3번 정도의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에 따라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될 수 있다.
한 시간도 충분히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최적의 시간(golden time)을 놓치지 않도록 인생함수를 읽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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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 저자가 인생과 시간의 관계를 함수로 해석한 것, ‘인생함수’로 명명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