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이슬에 젖은
대나무 잎을 바라보겠습니다
벌레 먹은 잎사귀가 고운 단풍으로 물들 때
그 고마움에 맑은 눈물을 보태겠습니다
키 작은 샐비어 꽃이 송긋이 웃을 때
다가서지 못한 마음을 추슬러 보겠습니다
이 빠진 허수아비가 갈바람에 못 이겨
비스듬히 서있을 때 그 노고에 감사하며 안아 주겠습니다
산등성이에 하얀 억새꽃이 춤을 추며 다가올 때
진정한 마음을 내 속에 담아 덩달아 춤을 추겠습니다
님 찾아 나선 구절초의 꺾어진 어깨에도
기다림에 지쳐가는 덩그러니 남아있는 까치밥에도
못 다한 사랑을 받아 이어 가겠습니다.
저리도 고운 석양이 서산 뒤로 스며들 때도
고귀한 내일을 찾아 밤에도
숨어 일하러 가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쏟아지는 별빛 가닥이 어깨너머로 찾아들 때
별의 개수보다도 더 많이 빚져온 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마음으로 다가서겠습니다.
[내 마음에도 고운 가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