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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 Nov 21. 2022

글쓰기의 방향 전환

그동안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주담대 이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 주고 월세로 빠져야 할지, 아니면 생활비를 줄이고 아껴 이대로 버텨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다가...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 둘째 누님에게 전화를 했다.


     "나여."


     "죽겄다 요새. 금리가 너무 올라 주담대 이자가 감당이 안된다."


     "우짤까?"


집이 넘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이자와 곳간 털리듯 줄어드는 월급 통장의 잔고를 보며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래서 누님과 이런저런 현실적인 얘기를 하다가...


심금을 울리는 말을 들었다.


     "니 책 있잖아~. 내 친구가 자기 딸내미 데리고 서울에 놀러 왔다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갔거든."

   

     "근데 친구 딸이 책장에 꽂혀있던 니 책을 꺼내 보더니..., 이 책 살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 친구가 공황 장애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사주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내가 보내주겠다고 했다.

3년 동안 글을 쓰고, 반년 넘게 퇴고를 거쳐 힘들게 만든 책이었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 인쇄를 찍기 전, 몇 부를 인쇄할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할 때부터 잘 팔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짐작은 했었다. 책의 내용이 어둡고 힘들며 호불호가 강할 것이기에 잘 팔리지 않겠지만, 판매 부수에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 있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내 돈들여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게 언제인데? 혹시 벌써 산거 아니야? 인터넷에 치면 나올 건데."


     "샀는지 물어봐. 아직 안 샀다면 내가 우편으로 보내줄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둘째 누님에게 전화가 왔다.


     "야, 물어봤더니 두 권 필요하데."


     "두 권? 왜 두 권이야?"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자기 아들도 불안 증세가 심하다고 내 책을 읽히고 싶데."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저렸다.

벌써 몇 명째인가? 책이 팔리지 않아 버려야 할 것 같다는 나의 말에 치료자는 (정신과 전문의) 버릴 거면 자기 진료실에 버려달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자기 환자 중에 낫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나만 괜찮다면 내 책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생각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두 말없이 열 권의 책을 치료자의 진료실에 버렸다. 독립 서점에서조차 잘 받아주지 않던, 번번이 거절만 당하던 내 책을 일면식도 없는 15명의 사람들이 돈을 주고 샀고 알음알음, 건너 건너 내 책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그 사람들에게 책을 나눠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책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그 책은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쓴 것이다.

불안으로 인한 극한의 두려움과 고통, 불안장애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처절한 우울을 겪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슴 안에 있던 모든 것을 글로 끄집어낸 것이다. 그래서 많이 어둡고 침울하기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의 휘몰아침을 겪게 할 수 있다.


     '과연 내 책이, 홀로 불안을 직면하고 감당해야 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불안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가?'


불안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각 증상에 따른 대비책이 무엇이며, 어떻게 불안이 극대화되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두 번째 책을 내기 위해 새로운 주제의 글을 쓰는 게 아닌,

지난 시간 나의 경험을 녹여내 불안으로 인한 신체화 증상을 어떻게 극복하고 현실의 삶이 고통으로만 점철되지 않게 불안을 헤쳐나갈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정리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돈 주고 내 책을 산 이름 모를 15명의 사람들과 14분의 브런치 구독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홀로 고통을 견디고 있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일일 것이다.


이 일이 내 숙명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완성할 때까지 또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힘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하는 나의 숙명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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