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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 Dec 12. 2022

2-1. 불안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법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과는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의 성격은 선대에게서 받은 기질과 주 양육자와의 관계, 성장 환경에 대한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뇌는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마지막까지 발달하는 곳으로 앞서 언급한 기질과 유소년기, 청소년기의 사회적 경험이 뇌신경 회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뇌 구조와 신경 회로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어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활발하게 활성화되는지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를테면 같은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이유가 각자의 뇌 회로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이 불안 민감도가 높은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불안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신경학적 반응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불안 민감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당연히 불안에 취약해지게 된다.


     1) 변화에 대한 불안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생물학적 본성이다. 현대 문명사회 이전에 주변의 모든 환경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했다. 따라서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목숨을 거는 행동이었기에 인간은 이를 싫어하고 회피하게 진화했다. 이것이 삶의 작은 변화에도 우리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고 하자. 그러면 그때부터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오른다.


     “정말 이렇게 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시키지 않아도 천연덕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뇌신경 회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불안에 대한 감정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평소 생산적인 대처법이 (뭐 별일 있겠어.) 습관화되어 있어 불안에 대한 반응성 또는 흥분성이 낮은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그 순간을 잘 넘긴다. 반면 뇌 회로의 조율 방식이 불안에 취약하다면 불안에 대한 감정을 원만히 처리하지 못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들을 지속적으로 떠올리며 생각의 크기를 키우고 불안의 크기를 극대화한다.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이제 나만의 공상이 시작된다. 생각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현상일 뿐 사실이 아님에도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함으로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적인 생각의 굴레를 만들어낸다. 불안에 취약한 뇌는 이를 끊어내거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렇게 길들여진 신경 회로의 연결 방식에 따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각의 굴레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괜찮은 듯 보여도 내 감정을 잘 살펴보면 언제나 옅은 불안이 마음속에 깔려 있다. 찝찝한 감정의 앙금은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가 불안에 취약해지는 상황이 되면 마음을 지배하고 몸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어딘가 불편하고 잠을 못 자며 불안의 고통 속에 일상의 많은 시간을 괴로움으로 날려 버리게 된다. 때에 따라 위장 장애, 즉 설사를 하기도 하고 집중력이 극도로 저하되는 여러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일을 내 의지로 막아낼 수가 없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불안의 한가운데로 나를 끌고 가 삶을 고통 속으로 내던져버리는 건장한 불안의 자아를 막아낼 힘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강한 기질적인 에너지를 받았고 43년이라는 단단한 시간의 초석을 지니고 있기에 나의 부름이 없어도 스스로 존재 가치를 드러내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이끌고 간다. 문제는 그 삶이 너무나 아프고 힘들며 그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나는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힘들어할 일도 아니기에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또 다른 상처와 아픔이 된다.


     이런 나를 위해 싸움을 벌이는 이는 2년 전에 인위적으로 만든 또 다른 자아이다. 첫 번째 자아처럼 기질적인 에너지를 받지 못했고 생애 경험이라는 단단한 시간의 초석도 다지지 못했기에 아주 여리고 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의도적인 끌림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야! 야! 야! 네가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자고 있을 때니?”


     “지금 저 악마 같은 게 또 쳐들어와서 이 난장을 피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니?”


     이렇게 이제 태어난 지 겨우 두 살 된 갓난쟁이를 겨우 일으켜 세워보지만 아놀드 슈제네거처럼 건장한 불안의 자아를 이길 힘은 없다. 두 살짜리가 온몸이 근육 덩어리인 아놀드를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그래서 그 답답함과 좌절감에 치료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43년 동안 내가 먹여주는 좋은 음식 다 처먹으면서 열심히 운동한 건장한 사내를 두 살짜리 젖먹이가 어찌 이길 수가 있겠어요? 그 어린애가 ‘불안의 자아’에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크려면 족히 40년은 걸릴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죽을 때가 되겠네요. 죽기 전까지 남은 시간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겠군요.”


     이렇게 좌절감에 빠져드는 나를 보며 치료자(정신과 의사)는 말했다.


     “절대 같은 속도로 크지 않습니다. 훨씬 더 빠르게, 강하게 클 거예요.”


     자신이 불안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그에 맞서 싸울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자아는 불안이 시작되는 것을 인지하고 이전의 감정 회로가 자신을 끌고 가는 데로 내버려 두는 게 아닌, 불안의 작동 회로를 차단하고 객관적인 사고의 회로를 움직이는 자아이다. 즉, 자꾸만 불안 속으로 떨어지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라는 얘기다. 이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운 말이지만 쉽게 생각하자.

     

     먼저 불안이 올라오면 불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다시 말해 당신의 감정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라는 말이다. 제일 먼저 불안을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불안과 관련된 뇌 부위를(변연계)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할 일은 왜 불안이 시작됐는지 이유를 찾는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것 때문에 불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그대로 종이에 적는다. (불안의 이유를 찾을 때 글로 쓰면 효과가 배가 된다. 전용 노트를 하나 만들자.)

    

     그 뒤, 꼬리를 무는 생각의 고리를 잠시 끊고 글로 적은 불안의 이유가 실제 현실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해보자. 잘 모르겠어도 상관없다. 당신이 느끼지 못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이 행동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종이를 절대 버리지 말고 몇 달 후 그때 적었던 불안의 이유 중 실제 현실로 일어난 게 있는지 확인하라. 단언하건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 일을 계속 반복하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 자아는 힘이 너무 약해 매번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고 그럴 때마다 무력감과 우울이 찾아올 것이다. 이럴 땐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불안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자아를 만든 것만 해도 당신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이제 그 자아를 열심히 먹이고 운동시키며 맞서 싸울 힘만 기르면 된다.


“야! 야! 야! 네가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자고 있을 때니? 얼른 일어나서 운동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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