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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 Apr 06. 2023

2-6. 불안과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때...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불안이 몰려올 때면...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움의 빛으로 변한다.

그 빛은 차갑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로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 일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에 갇혀 버린다. 사방이 꽉 막힌 좁은 콘크리트 벽에서 홀로 웅크린 채 찰나를 견디다 그 아픔은 끝내 눈물이 되어 온몸을 적신다. 그렇게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깬다. 짙은 어둠 속에서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속에 기분 나쁜 축축함과 끈적거림은 나를 심연의 밑바닥까지 끌어당긴다. 이렇게 또 한 번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 나쁜 불편함이 온종일 나를 휘감고 흔들어 댄다. 그렇게 감정이 떨리기 시작하면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불안의 욕망이 떠오르며 이렇다 할 저항 한번 하지 못한 채 나는 그 탐욕에 잠식당하고 만다.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때면...


     버틸 수 없는 무기력이 짓쳐 들어온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저 육신이란 껍데기 속에 썩어 문드러진 영혼이 있는 것처럼 흐물흐물 흘러내린다.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마냥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좋아했던 것과 사랑했던 것이 신기루가 되며 자기 자신을 잃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설 힘을 낼 수가 없다. 우울이 다가오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허망함은 세상의 어둠이 되고 그 어둠은 눈물이 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곱씹으며 내가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본다.


     불안과 우울이 함께 몰려올 때면...


     그때의 나를 글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이유 없는 초조함이 종일 사라지지 않으며 끊임없는 공상 속에 휩쓸려 그곳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래서 결국 세상과 단절된 채 나만의 공간 속에 갇히고 만다.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랄 맞은 불안과 우울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끌려 다니며 사는 게 엉망이 됐다. 먹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굶거나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새벽녘 호숫가에 옅은 안개가 잔뜩 낀 것 마냥 마음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초조함과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하며 수없이 많은 밤을 불면으로 지새웠다. 이렇게 나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를 아끼지 못하는가?’


     ‘왜 자신 스스로를 방치하는가?’


     그래서 그때부터 먹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입안에 들어온 밥알이 혓바닥 위에서 춤을 춰도,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 똥물이 되어 구역질이 느껴져도 꿋꿋이 씹어 삼켰다. 마음이 불안하고 괴로울 때마다 체육관에서 땀을 빼며 운동을 하거나 밖으로 나가 걸었다. 그저 정처 없이 걸었다. 요가를 배우고 명상을 할 수 있게 되고부터는 불안감이 올라오거나 잠이 오지 않으면 숲 속의 새소리와 바람결을 곁에 뒀다. 그렇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며 귓전에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나의 불안감을 실어 날려 보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불안과 우울이 당신을 집어 삼키면...

     

     너무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것에 끌려가서는 안된다. 

온 힘을 다해 버티며 억지로 먹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족 혹은 친구의 도움은 기대도 하지 말라. 그들은 당신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기는커녕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니 씻고 먹고 움직이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봐라. 나는 당신의 의지를 탓하며 왜 이런 것도 못하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일 하나가 말도 안 되게 힘든 일인 줄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최악이 된다.


그러니 딱 하나만 생각하자. 나를 챙기는 것, 나를 먹이고 입히고 움직이며 병원에 가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슬픈 일은 자신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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