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림, 김혜나의 <그래도 행복해지고 싶다>를 읽고서
저는 '착한 아이'라는 감옥을 만들어 지냈습니다. 착하지 않으면 부모님은 실망하실 테니까요. 무엇보다 남들보다 말과 생각이 느린 형이 외로워할 테니까요. 혼자 방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행복해져도 된다고 알려준 책이 있습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를 아시나요? 아마 장애 형제자매는 들어봤어도 저런 단어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장애 형제자매란 장애 형제자매와 함께 성장하며 가족 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그 속에서 압박감에 짓눌려 힘들어하기도 하죠. 이 책에는 저와 비슷한 (어쩌면 이보다 더 쓰라린) 고민을 품은 분들이 계십니다.
p15, <뒤늦게 온 사춘기> 중
Q.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왔을 때 주변에 이야기하신 적이 있나요?
A. (중간 생략) 친구들한테는 절대로 말 못 하죠. 놀림감이 될 테니까. 지적장애인들을 친구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봤기 때문에 더 그렇죠. 내 상황을 이야기하면 위로받기보다는 놀림감이 되겠죠.
p29, <사람은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피곤함이 있는 사람> 중
Q. 장애 형제자매가 있어서 교우 관계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중간 생략) 제가 졸업하고 혼자 다닐 때 왕따 비슷하게 괴롭힘을 당했어요. 제가 없으니까 그런 일이 생겼던 것 같아요. 동생이 학교에 1년 늦게 들어가지 않았으면 같이 다녔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하고 미안했어요.
p39,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 중
Q. 부모님께 비장애 형제자매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A. 부모님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에게 더 관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요. 그래도 내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모두들 저마다의 문제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중 공통점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애 형제자매의 삶을 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장애보호센터가 안되면 자신이 일을 관두거나 아예 데리고 사는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었죠. 사실 저도 그런 고민들을 종종 합니다. 이제 갓 스무 살에 다다른 저지만 돈을 벌긴 해도 스스로 관리를 못하는 형을 보면 나중에 같이라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군가의 고민과 해결책을 두고 비난을 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나누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러느라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장애 형제자매를 사랑하듯, 비장애 형제자매도 소중한 아들이나 딸일 테니까요.
p24, <뒤늦게 온 사춘기> 중
Q. 비장애 형제자매분들에게 혹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세요?
A.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랑 똑같을 것 같아요. "행복을 포기하지 말자."
p29, <사람은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피곤함이 있는 사람> 중
Q. 사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장애인 분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형식적인 제도가 아니라 그분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물어봐서 원하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어요.
p39,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 중
Q. 비장애 형제자매 분들한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A. 형제자매에게 장애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환경을 바꿀 수 있으면 바꾸겠지만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잘해보는 게 낫겠다,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게 속이 편하겠다, 제 생각은 그래요.
사람들은 가끔 사회 탓을 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돌아봐도 사회는 아무런 죄도 없는 장애 형제자매와 그 가족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줄 때가 있으면서 말이죠. 학창 시절엔 괴롭힘을 당하게 하고, 진학과 취업의 문턱을 넘느라 고생하고, 결국 고독을 맛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아무리 제도가 발전한다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지 않으면 이들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책 제목처럼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행복해지길 원하신다면 함부로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