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고서
새해가 되면 두근거리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 소설은 이런 유형의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아이이다. 이름은 아름이. 그는 남들보다 얼굴에 주름이 많아 늙어 보이는 병에 걸렸다. 하루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낸다. 그 탓인지 아름이는 다른 또래처럼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축내기 바쁘다.
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저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더라고요. 진짜 어린애들처럼 세상의 상처를 다 받은 것 같은 얼굴로요. 근데 그 순간 그 애들이 무지무지 부러운 거예요. 그 애들의 실패가. p172
아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아프다. 사실 부모는 10대의 나이에 아름이를 낳았다. 어쩌면 아름이의 존재도 저 둘의 앞길을 제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은 아름이를 지극정성 키워냈다. 결국 치료비를 벌기 위해 방송국 PD 아저씨의 제안을 수락하고 아름이를 방송에 출연시킨다. 아름이와 부모는 오히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방송을 본 시청자 중에 아름이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아름이 또래의 '서하'. 그녀는 메일로 아름이와 대화를 하며 정을 쌓는다. 하지만 서하의 존재는 사실 34살 먹은 성인 남자로 밝혀진다. 아름이 부모를 포함하여 모두가 그가 쓰레기라며 비난한다. 서하라는 존재를 알게 되어 미래의 빛이 보이던 아름이는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름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옆에서 계속 지켜봐 주던 부모님 때문이다. 여기서 부모님의 사랑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아름이의 부모님도 아름이처럼 자신을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하며 지냈다. 이것은 소설의 마지막 부록 <두근두근 그 여름>에 담겨있다. 꿈이 없는 '아버지'와 꿈이 있지만 숨겨야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는 쉬운 말들에 늘 무서움을 느꼈다. 좋아한다는 말, 아프다는 말, 늙는다는 말, 하고 싶다는 말과 같이 납작한 질감의 것일수록 그랬다. p334
아름이는 그동안 고생한 아버지를 울다가 웃게 하고, 어머니 뱃속에 들어있는 동생을 만져준다. 그렇게 아름이는 행복을 알아간다.
새해가 되면 두근거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26년에 벌어질 작은 일에 감사를 느끼다 보면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