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두 희곡 <고등어>, <2014년생>을 읽고서

by 등불


#프롤로그


문학은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강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건너가게 도와주고 정반대의 작품에 의미를 붙여준다. 오늘 소개할 두 작품도 저 강 위에 놓여있다. 바로 희곡 <고등어>와 <2014년생>이다. 모두 연극의 상연을 목적으로 쓴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기억이다.


1. 희곡 <고등어>


기억에는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이 있다. 유한한 기억은 상황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변해버린다. 인간관계가 대표적이다. 하나뿐인 친구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무한한 기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다. 사랑, 꿈, 우정처럼 추상적이고 소중한 감정이다.


작품 속 할아버지에게 '고등어'와 '집'은 무한한 기억이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지겹도록 고등어찌개를 해준다. 둘은 산업화가 한창인 시대에서 허름한 판잣집에서 삶을 버틴다. 부동산 사람들이 찾아와서 재개발 구역이라는 이유로 이사를 권해도, 할아버지는 집을 떠나지 않는다.


그의 삶에 유한한 기억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사업 준비를 보태주지 않았다고 집을 나가버린 아들, 자신을 배신한 친구들. 그래서 그는 그나마 남은 무한한 기억인 집이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찾아오면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밖으로 일하러 나가다 목숨을 잃는다. 이제 할머니에게 무한한 기억이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존재는 유한한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자신이라도 이 집에서 계속 살아간다.

이 작품에서 기억이란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유한해지지 않도록 애쓰는 노년 부부의 몸부림을 담고 있다.

끝이 조금이라도 아름답도록 애쓰는 것이다.



2. 희곡 <2014년생>


기억에는 내 것과 남의 것이 있다. 남의 것은 사라지든 말든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 자기 것이 자라나지 않았는데도 남의 것을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작품 속 시원과 나리이다. 둘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에 태어났다. 기억에도 나이가 있는데, 0살부터 세월호 참사를 저장해 두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능한 나이에 처해진 어른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지내왔는데도 잊으며 살아간다. 심지어 왜 기억해야 하냐며 적반하장 하는 어른들도 있다.

시원과 나리는 자신들이라도 그들이 쉽게 잊히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들의 존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함께 하지도 않았던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슬퍼한다. 그들은 그러면서 자라난다. 어른들의 위선에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한다.

이 작품에서 기억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도 내 것으로 만들면 새로운 의미로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필로그


저 두 작품은 모두 기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담겨 있다.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듯, 기억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할머니에게 있어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어른들이 계속해서 기억해 준다고 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쉽게 잊힌 것처럼.


그러나 할아버지의 공백을 할머니가 채워주려고 노력하고,

어른들이 이어가지 못한 추모를 시원과 나리가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우리도 언제고 죽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은 과연 누가 이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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