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좀 하면 어때요?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서

by 등불


서울예대 극작과 1차 불합격

백석예대 극작과 예비 50번대


나는 등불 멤버들을 마주할 수 없었다. 등불은 문학으로 세상을 밝히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부장이라는 내가 실기 광탈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동안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띵동.


멤버 한 명이 나에게 책을 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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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등장하는 라만차 클럽 아이들에서 등불이 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각자만의 꿈을 안고 살아갔다. 등불의 기지가 교실이었다면, 그들은 돈아저씨가 만든 대전의 비디오 가게에서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모두 어른이 된 지금은 서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 소설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대전으로 내려온 솔이가 사라진 돈 아저씨를 찾아나가는 유튜브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라만차 클럽의 친구를 만나 추억에 젖기도 하고 돈 아저씨의 슬픈 일을 마주하기도 한다.


돈 아저씨에서 등불이 보였다. 세상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아저씨가 살던 시대에는 군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총을 겨누었다. 대치동 학원 강사로 일하던 아저씨는 교과서보다 투항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것은 출판사에서 몹시 수치를 당하던 결과로 이어졌다. 아저씨가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김승아라는 직원이 작가에게 갑질을 당했다. 아저씨는 직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대신 뺨을 맞았다. 아저씨의 소신은 이때부터 한 꺼풀 꺾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꺼진 불에 장작을 지폈다. 출판이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로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분노의 법정>이라는 장편을 완성했다. 역시 세상 일은 고교 3년 동안 글만 쓰던 내가 서울예대 극작과 1차에 떨어진 것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사 대표는 저작권 문제로 아저씨를 갑질하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동료 민피디와 함께 영화사에서 나왔다. 다시 민피디와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아저씨의 등불은 꺼지고 말았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사라진 것이었다. 솔이가 유튜브 구독자와 엄마의 도움으로 다시 만난 아저씨는 '배 나온 산초'에 불과했다. 아저씨는 제주를 자신의 도피처로 삼으며 나름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꿈은 온 데 가고 없었다. 그 옆에는 다시 모인 라만차 클럽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 주는 솔이 유튜브의 아이고스 (구독자 애칭)도 있었다. 돈 아저씨는 아이들을 스페인으로 데려왔다. 세브란 테스의 감옥을 보여주며 아저씨는 솔이에게 말했다.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단다. '돈키호테가 잉태된 곳' 세르반체스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보낸 이곳이 내게 용기를 줄 수 있겠더라고.
네가 말한 그 돈키호테의 열정, 어쩌면, 광기. 그러니까 싸울 수 있다는 용기. 정의와 자유를 위해 거악에 맞서는 선한 힘이라는 용기."


이제 돈 아저씨에게는 그 용기가 보이지 않았다. 솔이는 실망했다. 그리고 그걸 읽고 있는 나도 실망했다. 누군가 세상 일은 결과만 중시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 결과에 아저씨는 결국 순응하고 만 것일까? 만약 정말 결과가 다라면 그동안 흘린 과정은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인가? 아저씨가 출판사에서 누군가를 지키고 영화판에서 열정을 쏟아부은 것도. 내가 고등학교 3년동안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만 준비했던 노력들도.


띵동.


하지만 아저씨 옆에는 라만차 클럽, 솔이가 있었다. 그리고 솔이가 키워낸 유튜브 채널의 아미고스 (구독자 애칭)도 아저씨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아저씨는 용기를 얻어 책을 출판했다.

솔이는 옛 비디오 가게 자리를 빌려 북 콘서트를 열었다. 라만차 클럽 아이들, 아미고스, 마지막으로 주인공 돈 아저씨를 초대했다. 아저씨는 세상을 바꾸자는 목표는 실패했어도 자신의 사람들은 지켜냈다.


그리고 내 옆에도 책을 배달해준 멤버, 등불이 있었다. 비록 모두가 실기에 떨어졌지만, 등불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 바로 '출판사 창업'이었다. 솔이가 아저씨를 찾기 위해 유튜브를 한 것처럼, 우리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유튜브를 시작할 것이다. 또다시 그것이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흘린 과정은 분명 버려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를 준비하며 쓴 글로 '브런치 작가'에 단번에 선정된 것처럼 말이다.


브런치에 내가 '등불'의 서술자가 되어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등불의 또 다른 브런치북 '청춘 창업 신화'에서 우리의 성장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댓글로 책 추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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