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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Aug 01. 2022

분꽃 키우기 / 분꽃 전설과 꽃말 / 분꽃의 추억

달맞이꽃처럼 초저녁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 분꽃은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분꽃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분꽃 왜 하필 분꽃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분꽃을 볼 때마다 그 특별한 이름의 근원이 생각났다.


그러나 나는 곧 분꽃이라고 불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꽃이 지면 그 자리에 열매가 달리는데 이 열매는 익어가면서 까맣고 오돌토돌한 둥근 모양의 씨앗으로 변하는데, 이 씨앗 껍질을 벗기면 분처럼 뽀얀 흰 가루가 나온다. 냄새도 우리가 사용하는 가루분 향기와 흡사하다.

분꽃도 어린 시설 소중한 추억 속에 있는 몇 안 되는 꽃 중 하나이다.


시골집 장독대 옆이나 텃밭 가장자리 동네 길가 구석진 곳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잡아 여름밤 그 특유의 향기에 맘 설레게 하던 꽃!


아무도 없을 때, 까만 분꽃 씨를 따 손톱으로 껍질을 벗긴 뒤 밀가루처럼 뽀얀 흰 가루를 검지로 콕콕 찍어 얼굴에 바른다. 그 어린 나이에도 얼굴이 희면 예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내가 분꽃 가루를 발랐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잠시 행복했었다.

그러나 그 꿈이 언니와 엄마의 한 마디에 와르르 무너지고, 그 무너진 자리는 부끄러움이 보름달만큼 가득 찬다.


"너 시방 얼굴에 뭐 찍어 발랐냐?"


지금도 분꽃 앞에 서면 그때의 무참함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한 많은 세월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분꽃은 분화(粉花)·자미리·초미리·자화분(紫花粉)이라고도 부른다.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관상용 식물이다.


한 번 심어놓으면 해마다 그 자리에서 다시 난다.


생명력 또한 강해서 웬만해서 가물거나 뙤약볕 아래서도 잘 살며 부러진 가지는 삽목도 잘 된다.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다. 꽃은 6∼10월에 피는데 분홍색·노란색·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오후 5시쯤 피기 시작하여 다음날 아침에 시든다.


꽃받침에 쌓인 열매는 검게 익어가면서 꽃받침은 저절로 벌어진다. 분꽃의 뿌리를 자 말리곤(紫茉莉根)이라고 하며, 이뇨·해열·활혈(活血) 등에 쓰인다.

분꽃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폴란드에 아주 큰 성을 가진 성주가 살고 있었다.

성주는 부자였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그러나 그 성주에게는 불행하게도 자식이 없었다.


성주는 자식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성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신에게 자식을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했다. 성주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가닿았는지 성주는 아주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러나 성주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성주는 아들을 낳았다고 공표했고, 미나리 비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렇게 아들처럼 키워진 딸인 미나리비스는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었다.


이성에 눈을 뜬 미나리비스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미나리비스는 자신이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와 결혼을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미나리비스의 그 말에 불같이 화를 낸 성주가 말했다.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다.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알고 있지 않느냐? 너는 내 뒤를 이어 성주가 되어야 한다."


성주인 아버지의 이 말에 큰 상처를 받은 미나리비스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슬펐다. 남장 차림에 차고 있던 칼을 바닥에 꽂으며 여자처럼 슬피 울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얼마 뒤,

미나리비스가 땅에 꽂아둔 칼에서 한 송이 예쁜 꽃이 피어났고, 그 꽃이 바로 분꽃이다.

바보처럼 성주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소신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사라지다니...

그래서일까?


분꽃의 꽃말은 '겁쟁이, 내성적, 소심, 수줍음'이다.


지금 화단에는 분꽃이 한창이다. 야행성이라 아쉽게 낮에는 꽃을 볼 수 없지만 저녁나절 화단에 내려가면 분꽃 특유의 향기에 취해 저절로 눈이 감긴다. 라일락처럼 진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분꽃 향이 주는 묘한 안정감을 준다.


특히 올해는 위 사진에서처럼 노랑과 빨강이 혼합된 꽃이 피어 더더욱 기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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