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
범부채 꽃이 피고 진다.
범부채는 꽃도 특이하지만 잎과 줄기도 기품이 있어 선뜻 다가가기 망설여지는 식물이다.
그렇다고 꽃이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황적색(黃赤色) 바탕에 촘촘히 박힌 붉은 점은 이 꽃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이 꽃을 처음 본 뒤 곧 사랑에 빠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식물을 내 곁에 두는 일이었다.
나는 계획에 착수했다. 씨앗을 구하기 위해 이 꽃이 있는 이웃의 화단을 들락거리며 씨앗을 구할 수 있었다.
범부채는 씨앗까지도 흑진주처럼 영롱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구한 씨앗을 파종하여 이듬해 서너 포기의 범부채를 갖게 되었다.
첫해에는 지금처럼 풍성한 잎과 꽃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풍성한 잎과 꽃은 여름에 만나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범부채[ Blackberry lily ]
범부채는 외떡잎식물로 백합목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Belamcanda chinensis (L.) DC.이다.
원래 중부 이남 섬지방과 해안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을 비롯한 중북부 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범부채는 물 빠짐이 좋은 양지나 반그늘 풀숲을 좋아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잎이 마치 부챗살과 같고 꽃에 호피무늬가 있어 범부채라고 부르는데, 고려 시대에는 호의선(虎矣扇)으로 불렀다. 지금처럼 감기약이 없었을 때 옛 어른들은 마당에 범부채를 심었는데, 그 이유는 화초로 훌륭하지만 집에 갑자기 감기나 독감으로 목이 몹시 아플 때 범부채 뿌리를 달여먹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범부채 뿌리는 목이 아플 때 특효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높이는 50~100㎝ 정도로 자라는 데 잎은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녹색 바탕에 묽은 흰색을 코팅한 것처럼 신비란 빛이 나며 아름답다. 잎의 길이는 길고(30~50㎝) 약간 넓적하며 (폭이 2~4㎝) 끝부분이 뾰족한데 부챗살 같은 모양이다.
꽃은 황적색 바탕에 선명한 붉은 반점이 있으며 원줄기 끝과 가지 끝이 1~2회 갈라져 한 군데에 몇 개의 꽃이 달린다. 다른 꽃과 달리 6개의 꽃잎은 꽃받침에서 갈라져 멀찍이 떨어져 있고 꽃 중앙에 3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9~10월경에 열리는데 타원형인 종자는 포도송이 같고 검은색으로 구슬처럼 윤이 난다.
범부채는 꽃과 잎 줄기는 물론 씨앗까지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다.
번식 및 관리법
범부채의 번식은 포기나누기와 종자로 한다.
늦가을이나 이른 봄 본줄기 옆에 새로 생긴 뿌리를 분리하여 심으면 된다. 씨앗을 심는 방법은 가을에 잘 익은 씨앗을 받아 2~3일 물 불리기를 한 뒤 화분에 심으면 이듬해 2월경 싹이 난다. 발아율은 높은 편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범부채는 반그늘에 심으면 잘 자란다. 화분에서 키울 때에는 알뿌리를 깊게 심을 수 있는 큰 화분에 심고 물 빠짐을 좋게 해 주면 좋다. 다른 식물도 그렇지만 범부채도 여러 포기를 모아 심으면 보기도 좋고 특히 장마철이나 바람이 불 때 관리하기 좋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자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범부채 (야생화 도감(여름), 2010. 6. 28., 정연옥, 박노복, 곽준수, 정숙진)
범부채 전설
충청북도 충주시 연수동과 금능동 사이에 부채 고개에 전해오는 설화다.
오래전 장을 보고 이 고개를 넘던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있었다. 어린 아들까지 데리고 장을 보고 온터라 몹시 피곤했던 아버지는 부채 고개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그런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버지는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혼자 남은 어린 아들은 처음 보는 꽃에 마음을 빼앗겨 자꾸만 숲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깬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고 아들을 찾았을 때 이미 아들은 길을 잃고 헤매다 호랑이에게 변을 당한 뒤였다.
이듬해 여름
부채 고개에는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들의 핏자국이 있던 자리마다 호피무늬가 선명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이 꽃을 범부채 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범부채의 꽃말은 '정성 어린 사랑, 잃어버린 사랑, 개성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