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야 Aug 05. 2022

큰언니의 비로드 한복과 우단 동자 / 우단 동자 꽃말

가야의 꽃 이야기 / 

오늘은 우단 동자(羽緞童子)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이랬습니다. 선명한 붉은 꽃이 화려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은 데 아름다운 꽃, 이 꽃 주인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자신도 모르는데 그냥 예뻐서 키운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처럼 꽃 이름 찾는 앱이 있는지도 몰라 꽃 카페에 이 사진을 찍어 이름을 물었습니다. 곧바로 답글이 달렸고 꽃 이름이 '우단 동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단 동자? 정말 꽃 하고 이름이 너무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우단 동자란 이름은 동자꽃에 우단 같은 하얀 솜털이 있어 '우단 동자'라고 부르게 되었고, 뽀송뽀송한 모직인 플란넬같이 생겼다고 하여 '플란넬초'라고 부릅니다.


우단(羽緞)은 영어로 벨벳( velvet)으로, 벨벳은 파일 직물(pile 織物:添毛織物)의 하나로서 직물의 표면에 연한 섬유 털이 치밀하게 심어진 직물로. 비로드(veludo) 또는 우단(羽緞)이라고 하지요. 비로드는 제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비로드 옷은 요즘 명품 백만큼이나 귀한 것이었고, 부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 옷이 특별했던 것은 비로드의 부드러운 감촉과 색감 때문이었지요. 움직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옷감의 색과 함께 손으로 만졌을 때 부드러운 감촉은 말할 것도 없고 손길이 닿는 방향으로 일제히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는 복원력은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옷이 우리 큰언니에게도 있습니다. 진보랏빛 벨벳 한복은 아버지가 큰언니에게 준 결혼 선물이었지요. 일제 강점기 아버지는 일본 탄광에서 일을 하시다 탄광이 붕괴되어 15일 후에 구조되어 귀국하셨는데, 그때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울 아버지!


지병이 있으신 아버지는 큰언니의 결혼을 서둘렀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건강에 여의치 않자, 과부 딸이라는 멍에가 큰언니 결혼에 장애물이 될까 봐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18살이었던 큰언니는 수려한 미모와 솜씨가 좋아 며느릿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탐을 냈다고 합니다.


큰 형부가 선을 보러 왔던 날 큰언니는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답니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하는데 개울가로 나온 엄마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빨래는 그만두고 집에 손님이 왔으니 점심부터 하거라."


빨래도 아직 다 안 끝났는데 생뚱맞게 무슨 점심? 이런 생각을 하고 집으로 왔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호텔이나 장소를 정해 맞선을 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혼인할 사람의 일상을 보는 것이 당시 선보는 방식이었던가 봅니다.


큰언니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낯선 손님이 두 분 안방에 앉아계시더랍니다. 방이라고는 달랑 두 개뿐인 시골집 쌀독이 있는 건넌방에 가려면 안방을 지나가야 합니다. 큰언니가 쌀을 가지러 건넌방으로 오갈 때 신랑 될 사람이 언니를 보게 하려는 심산이었지요. 그러니 옷도 매무새도 가다듬을 새 없이 언니는 조심스럽게 안방을 지나 건넌방으로 가 쌀독에서 쌀을 퍼 부엌으로 나와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답니다.


큰언니를 본 큰 형부는 한눈에 반했고, 당장 지금 약혼사진을 찍고 가야겠다고 했답니다. 큰 형부의 집안과 사정은 이미 알아본 터였고, 아버지와 엄마 역시 키도 크고 잘생긴 큰 형부가 너무 마음에 들어 무엇에 씐 듯 허락을 했답니다. 그렇게 선을 보고 면사무소에 유일한 사진관에 가서 약혼사진을 찍은 거지요.


당시 나는 겨우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였는데, 형부는 이따금 나를 처음 만났던 때를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큰언니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삶은 고구마를 내놓았고, 그 고구마를 떼어 내 입속에 넣어주자 넙죽넙죽 잘 받아먹더라고.


큰언니가 그렇게 일찍 결혼을 하였으므로 나는 큰언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작은 언니의 말에 의하면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작은언니에게 큰언니의 사랑은 각별했던 것 같았습니다. 옷은 물론 심지어 버선코에까지 예쁜 수를 놓아 신겼다고 하더군요. 큰언니 결혼식 날 오빠와 작은언니는 큰언니가 탄 가마에 들어가 엉엉 울면서 나오지 않아 어른들이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 큰언니를 위해 아버지는 당시로는 거금을 들여 비로드 한복까지 맞춰주셨던 겁니다. 작은언니는 큰언니의 비로드 한복을 탐냈습니다. 그 한복을 가져다 자신의 원피스를 맞춰 입고 싶다는 거였지요. 작은언니의 소원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큰 언니 그 진보랏빛 비로드 한복이 지금도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벨벳[velvet]


벨벳은 벨루티가(Velluti 家)의 발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이탈리아어로 벨루토(velluto)라 하였으며, 특히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복식 재료로 생산되어 유럽 각국에 보급되었다. 이 직물은 특이한 광택 ·촉감 및 외관 등으로 진귀하게 여겨졌는데, 종교적 의복에 많이 쓰였으며, 왕이나 귀족들의 의상이나 실내 장식용으로 많이 쓰였다. 점차 생산이 증가되고, 종류도 다양화됨에 따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었다. 현재도 벨벳은 고급 직물로 취급되고 있으며, 여성 및 아동의 옷감·모자·실내장식·의자 덮개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참고 자료 : [네이버 지식백과] 벨벳 [velvet] (두산백과 두피 디아, 두산백과)


우단 동자에 반해 그 꽃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씨로 번식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우단 동자가 있는 화단을 오가며 정성을 들인 끝에 씨를 받을 수 있었고 곧바로 화단에 파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발아에 성공했습니다. 그 이듬해 풍성한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이 꽃에 매료된 지인들에게 모종도 나누었지요.


문제는 이 우단 동자가 꽃이 피었을 때는 예쁜데 잘 부러지고 꽃이 진 모습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포기 중 두 포기만 남겨두고 나눔을 했습니다. 작년에도 예쁜 꽃을 풍성하게 피웠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올해 우단 동자가 없어졌습니다. 우단 동자 앞쪽 베르가못의 왕성한 번식력에 스스로 포기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죽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단 동자가 없으니 서운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 화단의 환경의 변화로 기존의 꽃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원수들이 무성하게 자라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양천구청 역 화단에서 반가운 우단 동자꽃을 만났습니다. 우리 화단에 있던 분홍색보다 더 강렬할 붉은색입니다. 가뭄 때문에 줄기는 거칠고 메말랐지만 꽃은 화려합니다.


우단 동자[ mullein pink , 羽緞童子 ]


우단 동자는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Lychnis coronaria이고, 플란넬초라고도 합니다. 높이 30∼70cm이고, 전체에 흰 솜털이 빽빽이 나며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집니다. 잎은 마주 달리고 긴 타원형이며 밑에는 잎자루가 있고 밋밋한 모양이지요.


꽃은 6∼7월에 붉은색·분홍색·흰색 등으로 피는데, 지름 3cm 정도로서 가지 끝에 1개씩 달립니다. 꽃잎 5개, 수술 10개, 암술대 5개이며 꽃받침 통은 길이 1.5cm 정도로서 뚜렷한 맥이 있습니다. 물이 잘 빠지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랍니다.

번식은 종자와 포기나누기로 합니다.

유럽 남부와 서아시아 원산으로서 주로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일본에서는 취선옹(醉仙翁) 또는 수선옹(水仙翁)이라고 합니다. 자료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우단 동자 [mullein pink, 羽緞童子] (두산백과 두피 디아, 두산백과)


우단 동자의 꽃말은'그리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입니다.


이전 08화 겨울에 핀 중국 물망초 /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